전문대학을 살리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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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문직업인의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대학의 상당수가 입학정원미달,재학생의 학업중도포기,기업체의 냉대로인한 취업률 저조등으로 존립자체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전문대학이 처음으로 실립된 79년만해도 고학력을 지향하는 국민들의성향을 수용할수 었을 뿐아니라 현대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중견기능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발전할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모았지만,이런 기대는 실시된지 불과 2년도 안되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특히 졸업정윈재 때문에 4년제정규대학에의 편입기회가 막히고 당국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기업체의 냉대가 계속됨에따라 전문대학의 인기는 급전직하로 하락하고 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예능계를 비릇한 몇몃 대학을 빼놓고 나머지 전문대학은 모두 문을 닫아야할 형편이다.
어차피 진학의 길이 막힌 이상 취업이라도 되어야하는데 그것마저 쉽지않고 기회는 도리어 고졸자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이규호문교부관이 19일 기업인들에게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를 줄이고전문대학 졸업생에 대한 취업기회를대폭 확대해줄것을 거듭 요청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나라 한사회가 균형있는 발전을하기위해서는 적정인원의 적정배치가선결조건임을 생각할때 상층의 고급기술인력과 하층의 기능인력 사이의중간기술인력 양성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이 필요함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없다.
대학을 엘리트교육기관으로 여기는유럽제국은 차치하고라도 우리와 교육여건이 비슷한 일본에서 근년들어「대졸」의 가치가 크게 띨어지고 있음은 사는형편이 나아진게 가장큰 이유겠지만 한마디로 학력간 임금격차가 줄어든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일본의 경우 대졸초임을 1백으로했을때 고졸초임은 13년전 68.3(사무직) 70.0(기능직) 이었던것이 80년에 들어와선 각각 80.1, 80.3으로 그 차가 줄어들었다. 그 중간의이른바 「단대」(전문대학) 졸업생이 2년간 더배운만큼의 대우를 받고있음은 두말할 나위가없다.
뿐더러 일본의 기업들은 승진에 있어서도 능력과 업적을 중시하지「학력」은 문제삼지 않고있다. 말하자면실력주의경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해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뿌리깊은 학력중시경향에다가 임금 구조마저 고졸을 1백으로할때 전문대졸업자 1백40,대졸 2백25이란격차는 조금도 줄기미가.없다.
선진조국의 창조라든지 정의사회의구현같은 거창한 구호를 인용할것도없이 이같은 학력격차를 방치하고서는심각한 교육위기나 사회적갈등을 해소하기는 어려울것이다.
그렇다고 실험·실습기구 하나 제대로 갖추지않은 부실한 교육환경에서 배출한 전문대졸업생을 무작정기업체들이 고용하길 권할수는 없는일이다.
전문대학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가잠큰 이유는 운영의 부실로 귀결된다.정부는 전문대졸업자의 채용을기업들에 촉구하면서 운영이 부실한 학교는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고한다.
물론 당초 육영에는 뜻이없이 장삿속으로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엉뚱한 운영자는 정리해야한다.
그러나 그에앞서 할일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보조등의 방법으로 전문대학이 제구실을 하도록 도와주는일이다.
전문대학이 이시대에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여긴다면 이에대한 보다 집중적인 투자가 있어야한다. 전문대학을중간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만들어놓은 다음 기업들에 채용을권고하고 임금격차를 줄이도록 종용하는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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