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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호암미술관 「민화걸작전」을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민화의 호랑이와 까치 그림을 볼때마다 소년시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동네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할때면 으레 나는 우리 뒤집 윤선비네 대문안에 숨었다.
대문에서 마주 뵈는 벽에는 30호 크기의 호작도가 붙어있었다.
호랑이의 화등잔만큼 큰 부릅뜬 두눈이 무서워 숨는 것도 잊고 안절부절못했었다.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지금 열리고있는「민화걸작전」(4월1일∼7월31일)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참 잘한 기획전이다.
이런 성격의 우리 민화전이 그동안 국립박물관 신세계미술관등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졌지만 이번처럼 방대한 수량으로 걸작만 수집한 전시는 처음이다.
최근 일본서도 여러차례 민화전이 있었고 미국에서도 열계획이 있으며, 유럽까지도 번질 전망이다.
일본의 유명한 강담사에서 상·하두권으로 큼직한 한국민화책을 출판했고, 우리나라서도 삼성문화와 경미출판사가 만화책을 낸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들은 민화를 전시하는 경향이 없지않다. 더우기 민화를 순수예술의 영역에는 끼워주지 않았다. 이건 인식의 착오요, 이해 부족이 빚어낸 소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일찌기 일본인들은 우리민화를 알아보고 걸작들을 가져가 자기네 미술로 승화시키키기까지 했다.
지금 개전중인 호암미술관 걸작전을 보면 우리조상들도「피카소」못지않은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느낄수 있다.
우리민화가 일본서 전시되었을때 일본의 화가와 미술평론가들은 이건 「이조의 민화」가 아니고「이조의회화」라고 했다.
방대하고 기상천외한 우리민화는 일본에도 없고, 중국에도 없다.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우주인의 꼬리같이 느껴진다고 평한 사람도 있다.
「민화걸작전」을 보면서 나는 이 그림들이야말로 민중예술이라고 느꼈다.
도화서원(조선시대 그림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 그린 그림이 많지만 그들도 결코 신분이 높지 않은 민중의 한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찾아 헤매고있는 한국화의 참모습이 바로 민화가 아닐까….
우리민화는 한국화의 모태요, 한국화의 뿌리다.
우리 모두가 민화를 바탕으로 현대적 한국화의 진로를 모색하면 좋을것 같다.
김기창 (동양화가 예술원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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