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소장이 기계실 안에서 문 잠근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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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5일 오후 11시30분쯤 울산시 동구 D아파트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해까지 아파트를 관리하던 J사 관리소장이 아파트 기계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것.

 일부 주민은 “계약기간이 끝난 J사 소장이 왜 기계실에 들어가느냐”며 따졌다. 또 다른 주민은 “새로 계약한 아파트 관리업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올해 아파트 관리를 맡은 H사가 열쇠공을 불러 문을 강제로 열면서 관리소장은 밖으로 나왔다. 두 업체와 주민 간 싸움을 우려해 경찰관 40여 명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이 관리업체 선정을 놓고 법정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2110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 입주자대책위원회는 그동안 아파트를 관리해온 J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올 들어 H사에 관리 업무를 맡겼다. 하지만 J사 관리인들은 계약 만료 뒤에도 출근해 업무를 계속했다. 새 업체에 업무 인수인계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주민들은 “J사에 아파트 관리를 계속 맡겨야 한다”는 쪽과 “H사가 관리를 맡는 게 당연하다”는 쪽으로 나뉘어졌다. J사 지지 주민들은 “새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업체간 담합 의혹이 있고, 대책위가 개최한 관리업체 입찰공고 회의는 의결정족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됐다”며 법원에 H사 영업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이에 대해 H사 측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정됐다”며 경찰에 J사를 업무방해로 고소했다.

 올해 선임된 임모(54) 입주자대책위원회장은 “H사와의 계약이 유효하다”며 “기존 대책위원회가 관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관리업체 선정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에 대해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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