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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원시시대로 떠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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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간척지로 변한 시화호에는 어떤 동물이 살까요." "……" "시화호는 10여년 전만 해도 갯벌이었지요. 하지만 지금 이곳엔 고라니.너구리가 살고 있어요. 1992년 물막이 공사가 끝나면서 소금기 있는 땅에 사는 염생(鹽生)식물이 서식하게 됐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갈대밭과 씀바귀 등이 늘어나 토끼들의 먹이가 풍부해졌어요. 그러면서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인근 야산의 너구리.족제비 등이 많이 몰려 들었습니다."

안산시 조수보호감시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종인(49)씨의 설명이다. 이곳을 찾은 초등학생들은 메모하기에 여념이 없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하기 훨씬 전 거대한 공룡이 생활했던 원시시대는 어린이들에게 흥미와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 경기도 화성시.안산시.시흥시에 걸쳐 있는 시화호는 대역사 끝에 1천1백만평의 호수와 2천1백만평의 간척지로 탈바꿈했다. 한때 '죽음의 호수'라는 말까지 들었던 곳으로 지금도 환경론자들에게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탐방 학습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국내 최대의 공룡알 화석지(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시화호 일대 4백83만평.천연기념물 제414호)가 발견되면서 어린 학생들이 체험 학습을 위해 많이 찾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중앙일보 에듀라인(//eduline.joins.com.02-2000-6017)이 주관하는 현장체험학습단도 시화호를 찾았다.

공룡 화석지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날 안내역을 맡은 최씨다. 환경운동가인 그는 97년 7월 시화호의 변화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던 중이었다. 우연히 빨간 흙 사이에 화석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희대 윤무부 교수 등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2년 뒤 정식 공룡알 화석이라는 판정을 받게 됐으며 2000년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껍질 두께가 1㎜~5.5㎜인 공룡알 화석은 세 종류가 있다. 시화호 내 무인도인 중한염.수안염.개미섬.닭섬 등에서 현재까지 3백여개가 규화석과 함께 발견됐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1억년 전 백악기 시대에 살았던 공룡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공원'의 내용처럼 공룡알 화석에서 DNA를 추출하면 공룡을 만들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쏟아진다.

아들 홍윤식(연천초등학교 3)군과 함께 체험학습에 참가한 이승지(40.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씨는 "말로만 듣던 시화호에 와 보니 갯벌이 사막화되어 가는 과정을 알 수 있었다. 가장 큰 소득은 말로만 듣던 공룡알 화석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것이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시화호는 방조제의 길이가 12.7㎞이며 간척으로 사라진 해안선은 1백㎞가 넘는다. 간척지에선 갯벌에 살았던 생물들의 대량 폐사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간척지에는 몇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갈대숲이 자리를 잡으며 우거졌다.

해마다 수만마리의 철새가 찾아와 둥지를 트는 보금자리가 됐다. 육상 야생동물도 많다. 이곳은 여러 차례의 변화를 거치며 독특한 생태계를 이뤄가고 있다. 여기서 8㎞ 떨어진 대부도 탄도 대부광산에서는 공룡 발자국도 발견됐다.

현장체험학습단은 여기서 발길을 돌려 국내 최대규모인 '한국사파리&타조농장 (www.tazosafari.co.kr.화성시 장안면 독정리.031-351-8528)'을 찾았다. 3만3천평의 너른 구릉지에 자리잡은 농장에는 3백여마리의 타조가 날씬한 다리와 긴 목, 그리고 뚱뚱한 몸매를 자랑하며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타조는 지구상에서 가장 몸집과 알이 큰 새다.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국내에서는 동물원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다. 가축용 타조는 평균 수명이 70~80년이다. 알에서 깨어날 때는 불과 8백g 안팎이지만 1년이 지나면 체중이 1백㎏을 넘길 정도로 성장속도가 빠르다. 시력은 최고 25에 달하는 '천리안'을 갖고 있어 4㎞ 밖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알은 계란의 약 30배 크기로 땅에 굴려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현재 국내에는 20여곳의 타조 농장이 있다. 타조 고기는 맛이 담백하고 부드러운 데다 고단백질.저지방 식품이라 서구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타조 농장은 5년 전 조성하기 시작해 지난 3월부터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개인은 무료로 농장을 관람할 수 있다. 단체로 올 경우 타조 타기.사진 찍기.먹이 주기.부화장 관람.타조알 볼링 등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이 경우 1인당 3천원을 내야 한다. 이곳은 서해안 고속도로 발안인터체인지에서 10분 거리. 현장체험학습단은 오는 12월까지 격주로 경기도 내의 자연과 역사.문화를 둘러보는 체험학습을 떠난다.

화성=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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