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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대한 외경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산은 인자하다. 그러나 때로는 엄숙하다. 산을 찾는 수많은 사람에게 산은 맑은공기, 아늑한 공간을 제공하고 젊은이들에게는 호연지기를 마음껏 발산할수있는 기회를 준다.
5백만을 헤아리는 등산인들에게 산은 더없이 친근한 벗이지만 산을 얕잡아보는 사람에게는 때로 시련을 안겨주기도한다.
3일상오 인왕봉에서 일어난 조난사고도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으나 한마디로 산을 가볍게 여긴데서 빚어진 사고라고 보지않을수 없다.
전날의 강풍에이어 이날도 전국적으로눈·비가오면서 세찬바람이 부는 날씨였다. 날씨가 이럴때는 아무리 산을 잘알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산에 오르지 않는것이 상식이다.
특히 날씨가 변덕을 잘 부리는 봄철에는 정상을 밟았다가도 서둘러 하산을 해야하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비상식량이나 방한복등을 준비해야만한다.
기온이 띨어지는등 악천후가 예상된다는 기상통보에도 불구하고 하산채비에 소흘한것은 폭풍예보도 듣지 않고 바다에 나가는 어부나 다룰바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안전사고가 그렇지만 사전대비룰 층분히하면 막을수있는 것이 산에서의 조난사고다. 등산인들에게 있어 치밀한 산행계획의 작성과 일기예보및 비상장비는 필수적인 등산조건이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 사고는 나게 마련이다. 자일에 감기거나 벼랑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경우는 어쩔수 없다쳐도 지쳐서 동사를하는 경우는 비상식량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비상텐트둥 부대장비를 갖추지 못한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동사는 겨울철이 아니라 한여름에도 일어난다. 비상식량이나 장비룰 갖추지 앓은채 산에 올랐다가 별안간 폭퐁우를만나 오도가도 못할때 체온이급격히 떨어져 추으면 그것이 바로 동사인 것이다.
이번 인왕봉조난자는 상당한 베테람들이라고한다. 베테랑일수룩 산의 무서움을 알고 산에대한 외경심을 가져야한다. 더우기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암벽등반일수록 산악인의 마음가짐은 한층 겸허해야한다.
근년들어 레저붐이 일어나면서 국산등산장비도 다양해지고 그질도 나아지고있다. 등산에대한 예비지식이 일반화된 탓인지 아무런 준비없이 산에 올랐다가 조난당하는 일은 종전에비해 많이 줄어든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또다른 산사고가 어디서건 또다시 날 가능성은 얼마든지었다. 무엇보다 문호개방정책에따라 해외원정동반도 언젠가는 대중화될때가 다가오고있다.
충분한 훈련을 쌓지않은채 너도나도 원정등반을 하게되면 조난의 위험도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생명을 건 정상도전에서 맛보는 성취감은 산악인만이 느낄수있는 보람이며 줄거움인 것이다. 다른나라의 젊은이들과 겨루면서 세계의 난코스를 정복한다는 것은 우리젊은이의 기백을 따질수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런일은 권장을 해야할 일이지 막을 일은 아니다.
다만 철저한 사전준비없는 도전은 사고를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인수봉사고를 보면 우리산악인들이 예상못한 사태룰 만나 이를 극복하는 능력이 모자라지 않았나하는 느낍이간다.
자연의 무서움을 깊이 인식할때라야 이번과같은 춘사는 막을 수 있다. 산을 좋아하다 산에서 진 젊은 산사나이둘의 명복을 빌면서 그들의 희생이 다시는 이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하는 교훈으로 남게되기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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