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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모르고 쓰는 외래어 많다|「외국말 판치는 국어현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대한어머니회는 창립 25주년을 기념하여 창립기념식(30일 상오 10시·쉐라톤호텔)과 함께 『바람직한 한국·어머니상』이란 기념집을 냈다. 기념식에 실린 「외국말이 판치는 국어현실」(이경복·전장학사)과 「절약과·소비자보호」(박동현교수·덕성여대)를 요약한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그뜻을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은 드물다. 서울의 중류시민 1천32명을 상대로 조사한 영어의 이해도를 보면 「레저 가이드」16%, 「뉴스 타위」27%, 「론그라운드」24%, 「리턴매치」17%, 「리셉션」27%, 「맨션아파트」10%정도.
뉴스 타워의 경우 대부분 사람들이 뉴스시간, 뉴스해설, 뉴스종합, 뉴스광장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모두 어림으로 제멋대로 이해하고 있으나 누구도 모른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이해로도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외래어를 풍자적으로 인용해보면-『한 베이비가 태어나면 캐시밀론 포대기 속에서 플래스틱 젖꼭지를 빨며 조니 크래카나 스마일 쿠키를 먹고 코카나 펩시를 마시며 자란다.
프로레슬링의 타이틀 매치를 관전하며 피 흘리는 KO승에 브라보를 외친다. 더 자라면 팝송이나 재즈 뮤직에 넋을 잃고 고고 트위스트에 땀 흘리며 센터 바겐세일 뚜아살롱의 아스팔트 위를 리베와 데이트한다. 사회에 나와선 미스리·미스터김을 연발하며 사꾸라 CM송 셀러리맨 매스컴의 홍수 속에 와이로를 쓰며 쇼오부를 치거나 트라이를 한다.』 방송국의 방송제목 가운데 36.8%가 서양말 제목이다. 예를들면 스포츠하일라이트, 서머 콘서트를, 스크린뮤직, ○○○아우어, 라디오 캠페인 등.
명동 거리의 간판을 보면 에반스 슈스, 유토피아 비어홀, 찰즈 김테일러, 샹젤리제, 보스톤, 시실리, 멕시코등 외래어가 아니면 상호가 없을 정도.
전국 스포츠 소년대회에서 어린이들이 『이겨라 이겨라』라는 우리말 대신 『빅토리, 빅토리, 부이 아이 시티 오 아르 와이, 파이팅』을 쓰기도 한다.
일본말의 음운이 영어와는 많이 달라 어쩔 수 없이 테레비, 타이루, 바깨쓰인데 이를 영어인줄 알고 그냥 쓰는 경우도 많다.
쉬운 우리말을 두고도 어려운 한자만을 골라 쓰는 경우도 있다.
「눈이 올듯하다」를 「강설이 예상된다」로 싼값·봄철·키·오늘들의 쉬운 말을 두고도 저렴한 가격·춘계·신장·금일로 쓴다.
아무리 「세계시민,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세계어(영어)에의 지향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국어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통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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