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미터기와 사납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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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택시요금이 오를 때건 내릴 때건 항상 말썽이 되는 것이 법인택시의 이론바 「사납금」이다. 택시요금이 오를 때마다 사납금이 적정액수냐를 놓고 업주와 운전사간에 시비가 일더니 최근 유가인하로 택시요금이 내리면서 택시 사납금을 최고 4천원이나 올렸다해서 일부 운전사들이 항의소동을 벌이고 취업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따지고 보면 택시사납금이란 우리나라에만 있는 비정상적인 제도다. 택시운전사들도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인이상 일을 더하는 수도 있고 덜하는 수도 있게 마련인데 운전사에게만은 이런 일반적인 원칙이 통용되지 않은 채 하루 얼마씩의 돈을 회사에·납부해야만 되도록 되어 있는 것이 사납금제도다.
택시미터기가 있어 승객을 몇 번 태웠으며 얼마만한 거리를 주항했는지 기록은 되지만 누구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데서 문제는 생긴다.
운전사들은 회사가 요구하는 사납금말고 자기몫을 벌기위해서는 12시간이상 일하지 앉을 수 없을 뿐아니라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과속운전, 난폭운전 등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속담대로 재주는 자기네들이 부리고 돈은 업주들이 챙긴다는 운전사들의 푸념이지만 그렇다고 운전사가 말하는 수입용 액면대로 믿고 일을 시킬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택시업계의 보석이다.
택시합승을 허용할 때와는 달리 합승을 금지 시킨 후 운전사들의 불평은 한결 높아지고 있다. 미터기에 기록된 것 이상의 가외수입은 거의 없는데 사납금이 종전과 같은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납금을 둘러싼 이런 분규의 원인으로 볼 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택시의 모든 수입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길 뿐이다.
전국택시연합회가 오는 6월까지 서울 등 4대도시의 기계식미터기를 전자식미터기로 바꿔달기로 한 것은 사납금 시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늘날 전자과학은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해서 택시의 경우 승객 몇 사람이 짐을 얼마만한 것을 갖고 탔는지, 얼마의 거리를 얼마나 걸려 갔는지를 모조리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자식미터기가 등장하면서 런던에서는 한사람이 탈 때와 두 사람 이상이 탈 때의 기본요금이 다르도록 미터기에 기록되도록 했으며, 트렁크에 들어갈 짐을 갖고 타는 승객에게는 별도의 요금을 물리고 그것을 기록하는 미터기를 달도록한 도시도 있다.
또 파리에서는 시간과 거리를 계산할 뿐 아니라, 시간대와 지역에 따라 주행요금이 다르게 해놓고 있다. 가령 4대문안을 러시아워에 달릴 때는 40원씩 받는 요금을 두 배이상인 80원씩으로 올려 받는 방법 같은 것이 그것이다.
앞으로 서울 등에서 쓸 전자식미터기는 택시의 주행거리와 영업거리를 그대로 기록하기 때문에 하루 수입금을 모두 회사에 납입토록 되어있다.
기계가 기록한 수임인 이상 그 정확성은 일단 믿어볼 만할 것이다. 수입을 둘러싼 노사간의 불신을 씻고 전자기계의 기록을 기초로 해서 적정한 하금체계가 갖추어져야할 것이다.
전자미터기의 등장을 계기로 업주와 운전사, 운전사와 승객의 명랑한 관계는 물론 교통사고의 원인인 난폭운전 등이 제발 사라졌으면 한다.
사납금의 경우 기술적으로 가능한 문제를 행정적으로 해결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행정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손에 맡기는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현실에 맞는 제도가 어떤 것인지 충분한 연구를 해서「사납금」과같은 전근대적인 제도는 연내에 꼭 폐지되기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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