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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파워 엘리트 대해부] 3. 7대 도시 뺀 엘리트 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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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은 경남 김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남 신안,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남 거제 태생이다. 전.현직 대통령 9명 중 노태우 전 대통령(대구)을 제외한 8명이 대도시가 아닌 지방 중소도시 및 농촌 출신이다. 또 9월 현재 중앙부처 장관 19명 중 13명이 지방 시.군 출신이다. 이런 지방 시.군의 강세는 극소수 정치엘리트 사회에 한정된 현상일까.

본사 취재팀이 중앙일보 조인스 인물정보에서 정치.경제.법조.교육.의료 등 각계 엘리트 3만1800명의 출생지를 뽑아 세대별로 정리한 결과 '지방의 힘'이 확인됐다.

서울.부산 등 7대 도시(광역자치단체)를 제외한 지방 시.군(기초자치단체)에서 태어난 엘리트는 전체 분석 대상의 57.5%였다. 인구의 대도시 집중으로 지방 시.군의 주민 수가 급격히 감소해 왔음에도 지방은 엘리트 배출 창구로서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50년 이전 출생한 엘리트(6.3세대) 중 지방 시.군 출신 비율은 58.4%였으나 50년대생(긴급조치세대)에서 55%로 다소 떨어졌다가 60년대생(386세대)에서 59%로 다시 늘었다. 포스트 386세대인 70년대생에서도 지방 시.군 출신은 57.3%를 차지했다.

엘리트들이 출생한 시기의 인구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지방 시.군 거주 비율은 49년(6.3세대) 86.3%에서 75년(포스트 386세대) 63.1%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국 162개 지방 시.군 중 경남 진주, 경북 안동, 전북 전주, 경북 경주, 경남 마산, 경북 상주, 경남 밀양, 충남 논산, 충북 청주, 경북 의성 등 10개 지역이 전체 세대로 볼 때 최대 엘리트 출신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위 5개 지역인 진주.안동.전주.경주.마산의 배출 수는 광역단체인 울산(167명)보다 많았다.

전체 세대에 걸쳐 230명을 배출해 종합 1위에 오른 경남 진주는 50년 이전 출생 세대에서 1위였다가 50년대생에서 6위, 386세대에서 3위로 다소 처졌으나 포스트 386세대에서 다시 선두가 됐다. 386세대에서 안동, 50년대생에서는 경주가 각각 1위였다. 이전 세대까지 10위 안에 들지도 못하던 전남 순천, 경남 창녕, 경북 포항 등이 포스트 386세대에서는 상위권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영.호남의 엘리트 배출 격차는 뚜렷이 좁혀졌다. 부산.대구.경북.경남.울산을 포함한 범 영남을 100명으로 봤을 때 범 호남(광주.전남.전북) 출신 엘리트의 규모는 50년대생 44명, 60년대생 53명, 70년대생 59명으로 크게 늘었다. 49년부터 75년까지 호남의 인구 증가율은 전국 평균(72%)의 3분의 1 수준인 26%에 불과해 실제적인 영.호남 격차는 더 줄어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영.호남 등 응집력이 강한 지역의 전통 지방 시.군의 경우 수도권 집중 추세에도 엘리트의 배출 규모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충남대 최진학(자치행정학) 교수는 "인구가 대도시로 대거 이동했음에도 엘리트 출신지로서 지방의 응집력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며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80년대생에서도 '지방의 힘'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파워 엘리트의 62%는 서울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 거주자 중 53.9%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지역에 살고 있었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는 용산.종로.서대문구,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구 수성구▶대전 유성구▶광주 북구▶대전 서구 등에 각각 유난히 많은 엘리트가 거주하고 있었다.

파워 엘리트 중 한 사람 이상의 다른 엘리트와 혈연(사돈을 포함한 친.인척)을 가진 사람은 1380명(4.3%)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으로 환산하면 10만 명당 3명이다. 혈연 구성원이 10명을 넘는 명문가는 이회창(27명).삼성(26명).LG(26명).현대(26명).두산(10명) 집안 등인 것으로 분석됐다.

탐사기획팀

◆ 탐사기획팀=이규연(팀장), 정선구.양영유.강민석.김성탁.정효식.민동기.임미진.박수련 기자

◆ 제보=, 02-751-5673, 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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