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크리스마스 덕에 신한은행 '해피 뉴 이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새해가 밝았지만 여자프로농구(WKBL)는 여전히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인천 신한은행의 외국인선수 카리마 크리스마스(26·미국·1m83cm·사진)의 활약이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어서다.

 미국 명문대학 듀크대를 졸업한 크리스마스는 다기능 플레이어다. 5일 현재 리그 득점 4위(경기당 14.67점) 리바운드 3위(7.74개) 스틸 4위(1.32개)를 기록 중이다. 공격 리바운드는 63개(경기당 3.32개)나 잡아내 이 부문 1위고, 다양한 항목을 종합해 평가하는 ‘공헌도’는 515.20점으로 팀 동료 김단비(518점)에 이어 2위다.

 크리스마스는 5일 부천 하나외환과의 경기에서 팀에 또 하나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겼다. 연장 접전 끝에 83-77로 신한은행이 승리한 이날 그는 42점·11리바운드를 몰아쳤다. 하나외환 엘리사 토마스(1m85cm)와 오디세이 심스(1m75cm)의 기록 합계(31점 15리바운드)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12월 26일에는 맞수 우리은행의 연승 행진을 16경기에서 멈춰세웠다. 신한은행이 61-55로 승리한 이날 크리스마스는 17득점·9리바운드·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신한은행이 갖고 있는 단일 시즌 최다연승 기록(19연승)도 지켜냈다.

 크리스마스의 역할은 ‘소녀 가장’에 가깝다. 특히나 센터 제시카 브릴랜드(27·1m91cm)가 무릎을 다쳐 코트에 서지 못한 최근 한 달간 외국인 두 몫을 혼자 소화하며 버텼다. 브릴랜드를 대신해 나키아 샌포드(39·1m93cm)가 6일 합류하지만, 당분간은 크리스마스의 어깨가 무겁다.

 함동선 신한은행 차장은 “낙천적인 성격으로 음식과 말에 빨리 적응한 게 크리스마스의 성공 비결인 것 같다”면서 “다른 팀 외국인 선수가 홍삼 엑기스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또렷한 한국말로 ‘나도 피곤해. 저거 사줘’라고 말해 선수단이 모두 배꼽 잡고 웃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인교(46) 신한은행 감독은 “크리스마스는 여느 외국인들처럼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다”면서 “국내 선수들에게 주인공 역할을 양보하고 우리 팀 특유의 끈끈한 플레이에 잘 녹아들어 기특하다”고 칭찬했다.

 신한은행 홈인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크리스마스가 골을 넣으면 컨츄리꼬꼬의 ‘해피 크리스마스’ 후렴구가 울려퍼진다. 함 차장은 “새해가 왔지만 도원체육관만큼은 여전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