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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각막·혈관 '부품 교체'될 날 곧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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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어른의 치아는 한번 빠지면 다시 나지 않는다. 이가 빠진 곳에는 금속 등으로 만든 임플란트를 하거나 보철을 한다.

그건 것 대신 자신의 치아를 새로 만들어 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래 재생의학은 그 같은 꿈을 실현해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입 안의 상피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사랑니 등에서 치아의 완충작용을 하는 펄프 세포 등을 추출해 시험관에서 키워 치아가 새로 생기게 하는 동물 실험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아직 사람에게 이식할 정도는 되지 않았지만 치아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영구치는 새로 나지 않는다는 정설이 깨질 수도 있다.

최근 이처럼 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치아뿐 아니라 각막.혈관.연골.심장판막 등 다치거나 기능이 떨어진 여러 장기 치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허청에는 각국의 조직 재생 관련 특허 출원이 쇄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에 공개된 관련 특허만 해도 지금까지 700여 건에 이르고 있을 정도다.

인공피부 전문가인 원자력의학원 손영숙 박사는 "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어 10여년 뒤에는 최소한 몇 가지 장기의 경우 고장 난 차 부품 갈아 끼우듯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 단계이긴 하지만 일부 임상에서 장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와 영국 공동 연구팀은 생쥐의 치아 줄기세포를 암탉에 이식해 치아가 나게 하였으며, 미국 매사추세츠 폴시스연구소에서는 큰 쥐에 돼지의 치아돌기에서 뽑아낸 세포를 이식해 어금니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폴시스연구소팀이 만든 치아는 30여 개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 치아의 뿌리가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이외에도 미국 텍사스대에서는 성인 치아의 법랑질을 만드는 세포를 쥐에서 발견했다. 이를 치아의 펄프줄기세포와 함께 키우자 치아의 상아질과 법랑질이 함께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서울대 치대 정필훈.서병무 교수도 유사한 연구 결과를 얻었다.

각막의 경우도 조직 재생 분야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장기다. 연간 세계에서 각막 손상으로 시력을 잃는 사람이 10여만 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오사카대 연구팀은 입 안의 점막 세포를 배양해 각막을 만들어 환자 4명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들은 두 눈의 시력이 0.01 이하로 실명 위기에 있었다. 인공 각막 이식 환자 2명은 0.4와 0.8로, 또다른 2명은 0.07과 0.2로 엄청나게 시력이 회복됐다. 유럽의 경우 9개국 14개 연구팀이 참여한 대규모 각막 재생기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심장과 혈관 질환은 세계에서 가장 흔한 사망원인의 하나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연간 12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심장 판막과 인공 혈관 개발은 재생공학 중 그 시장이 가장 크다.

심장 판막은 혈액의 흐름에 따라 열렸다 닫혔다 하는 복원력이 뛰어나야 한다. 이를 돼지나 소 등의 심장 판막에서 동물 특유의 세포를 없앤 뒤 남은 수세미 형태의 거푸집(콜라겐)에 환자의 혈관 내피 세포를 씨앗처럼 파종해 키워 만드는 방법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전에는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만든 판막이나 장기기증 형태로 얻은 것을 이식했었다. 실제 독일 자선병원 연구팀은 2년 전 이렇게 만든 심장 판막을 23명의 환자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그 환자들은 거부반응도 없었으며, 재래식 판막을 사용한 것보다 회복 상태도 훨씬 좋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혈관의 경우 고어텍스와 같은 섬유나 콜라겐을 이용해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영국의 한 팀은 장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질인 콜라겐을 주재료로 한 혈관을 만들었다. 현재 직경 5mm 이상의 큰 구경 혈관은 인공혈관이 큰 문제 없이 사용되지만 그 이하 구경의 혈관은 잘 막혀 버린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런 작은 구경의 혈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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