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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파워 엘리트 대해부] <메인> 그들은 지금 해체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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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40년간 한국 사회는 거칠게 요동쳤다. 격동의 한복판에 권력.금전.지식을 거머쥔 '파워 엘리트'가 있었다. 이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과거.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읽는 척도다. 본지는 창간 40주년을 맞아 정치인.법조인.교육인.의료인 등 각계 엘리트 3만1800여 명을 해부했다. 분석 결과 이들은 810만 개의 학교.지역.직장.집안 연줄로 이어져 있었다. 지금까지 정치.재계 등 일부 영역이나 제한된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엘리트 분석은 있었지만 국내외를 통틀어 한 사회의 엘리트를 모두 해부한 적은 없었다. 취재팀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사회연결망 분석업체인 '사이람'과 함께 중앙일보 조인스 인물정보를 분석하고 관련 인물을 인터뷰했다.

◆ 전통 엘리트 학연 분화.해체=엘리트 사회의 모습은 크게 폐쇄형과 개방형으로 나뉜다. 외부에서 새로운 인물이 거의 충원되지 않거나 몇몇 연줄에 많은 엘리트가 몰려 있는 형태가 폐쇄형이라면 그 반대가 개방형이다. 본지 조사 결과 한국 엘리트의 학연 구조는 빠른 속도로 분화.해체하면서 개방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0년간 출생연대별 엘리트 구조는 '집중형(1950년 이전 출생)-강한 집중형(50년대 출생)-분화형(60년대 출생)-해체형(70년대 출생)'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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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출생인 386세대는 주요 대학별로 나눠지기 시작했으며, 포스트386 세대는 해체 양상을 보였다. 엘리트 한 명이 지닌 '힘 있는' 동문 규모도 386세대가 50년대 출생 세대의 6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대별 상위 30개 고교의 엘리트 배출 비율은 지난 40년 사이 10년 단위로 62→64→30→24%로 떨어졌다.

◆ 영.호남 격차 줄어=전체 엘리트의 출생지별 순위는 서울-경북-경남-전남-충남-전북 등이었다. 이 중 경북 출신의 비율은 50년대 출생 세대(11.7%)와 386세대(12.0%)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전남은 7.7%에서 10.2%로 뛰었다. 같은 기간에 영남보다는 호남 인구가 더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두 지역의 격차는 크게 좁혀진 셈이다. 충청.강원.경기 출신의 엘리트 비율은 지난 40년간 약간씩 감소해 왔다.

<그래픽 참조>

◆ 여성 도전 거세지다=전체 엘리트 중 여성 비율은 5.5%. 여성 엘리트의 규모 자체는 아직 작다. 하지만 그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르다. 50년대 이전 출생 세대에서 여성 비율은 4.9%였지만 386세대에서 6.1%, 포스트386 세대에서는 21.3%로 늘었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 여성이 늘어나고, 여성 인재 할당제가 생겨나며,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하는 풍토가 보편화하면서 남성 위주의 엘리트 구조가 흔들렸다.

◆ 직종 간 학연 차 줄어=30년 전만 해도 학연이 단단한 직종은 의료인.법조인에 한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학연의 힘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386세대를 지나면서 다른 직종 엘리트의 학연도 강해졌다. 특히 경제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교육을 많이 받은 인재가 경제인이 되거나 경제인이 꾸준히 공부해 학연을 넓힌 덕분이다. 50년대 출생 세대에서 경제인의 학연 규모는 의료인의 17%였지만 386세대에서는 40%대로 뛰었다. '지식'을 상품으로 만드는 산업구조가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 탐사기획팀=이규연(팀장), 정선구.양영유.강민석.김성탁.정효식.민동기.임미진.박수련 기자

◆ 제보=, 02-751-5673, 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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