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하이네 마지막 한마디 "종이와 연필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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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픔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오한진 지음
지학사, 668쪽, 2만원

멘델스존 ‘노래의 날개 위에’, 슈만 ‘참으로 아름다운 5월’, 민요 ‘로렐라이’의 공통점은? 세계인의 애창곡인 이 세 노래는 모두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의 서정시에 곡을 붙였다. 유대계 독일인으로 태어나 인종적 편견으로 핍박받았지만 그는 굴하지 않는 정신으로 ‘세계 시민’이란 호칭을 얻으며 사랑받았다.

 오한진(79)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정치적 박해와 인종적 국수주의 탓에 왜곡된 하이네를 ‘아픔의 시인’으로 재평가한다. 정체성 문제, 조국 독일을 떠난 망명 생활, 평생 그를 괴롭힌 불치의 신경 질환, 신앙 문제 등을 추적한 위에 기존 서독 자료 외에 동독의 연구 성과를 더해 종합한 결과다.

 ‘아픔’이란 키워드를 따라간 하이네의 인생행로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고통, 기독교 개종 후의 고뇌, 하체마비로 병석의 무덤에서 치른 영혼의 고독 등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시인은 죽음 앞에서 “써야지, 써야지”를 중얼거리다 마지막 두 단어를 토해내고 눈을 감았다. “종이와 연필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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