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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군사력·83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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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련은 과연 얼마나 강한가. 최근 미국방장관 「와인버거」의 이름으로 발표된 특별보고서 『소련군사력·83』은 모든 영역에서 소련이 군사우위를 차지하려고 노력하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요즘은 어느 나라나 군사력을 속일 수는 없는 시대다. 더구나 미소 두 나라쯤 되면 서로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숨기기 어렵다. 인공위성들이 눈을 부릅뜨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군사력의 물량과 이동은 서로 감시당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 가운데 발표된 이 보고서는 한결 리얼리티가 있다. 물론 일각에선 국방비확보를 위한 의회 홍보용이라는 가십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의 일이고, 소련 군사력의 표적이 되어있는 나라들로서는 심각한 의미로 새겨진다.
소련의 군사력이 강했던 시절은 역사상 번번이 있었다. l941년 6월 레닌그라드, 모스크바, 우크라이나 등 삼면에서 독일군의 공격을 받았던 소련은 그 때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병력면에서 소련은 독일의 3배, 결정적 무기인 탱크에서 독일은 3천대, 소련은 그 7배인 2만대였다. 더구나 「T-34」소련탱크는 무적이었다. 그런 탱크도 소련은 2천4백대나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전황은 소련군에 전멸의 위기를 안겨주었다. 독일군은 동장군에 손을 들고 말았지만, 반년 가까이 소련은 우수한 군사력을 두고도 무력했었다.
2차대전 중 소련극동군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만주의 관동군보다 병력면에서 3배, 한때는 5배나 우세했다. 그러나 소련은 일본을 선제공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일본이 먼저 덤벼들었다.
군사력을 단순히 무기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무기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며,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정신력이다.
「사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현대전은 무기와 사기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무기가 고도로 과학화하면 할수록 그것을 움직이는 기술과 정밀성이 요구된다.
기술이나 정밀성은 부단한 실험과 훈련이 없이는 터득할 수도, 축적할 수도 없다. 가령 신형무기가 개발되어도 그것이 실험을 벗어나 실전에 배치되려면 수 없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미국의 최신예기 F-16도 실전에 배치되고 나서 부분적인 결함이 발견된 일이 있었다.
이것은 훈련과정에서 뒤늦게 찾아낸 일이다.
그런 과정을 뒷받침하는 것은 역시 그 나라의 경제력이다. 경제가 약하고 군사력이 강한 경우는 현대에선 생각할 수조차 없다.
소련이 얼마나 강한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나라의 경제력을 보아야한다. 「와인버거 보고서」엔 그 얘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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