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900만대 시대 열자"…원고없이 15분간 신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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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77ㆍ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새해 경영 화두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900만대 시대 ▶연비 혁신,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판매량 800만대를 달성한 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일 정 회장 주재로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15년 시무식을 실시하고 올해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특히 이날 정 회장은 준비된 원고대로 신년사를 낭독하지 않고 15분 간 대본 없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예년과 달리 양복 안에 니트를 따로 입지 않고 흰색 셔츠에 하늘색 넥타이만 착용한 채 등장했다.

정 회장은 먼저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지난해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도 임직원들의 노고로 800만대 판매를 달성했다”고 치하했다.

각본 없이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정 회장은 우선 브랜드 이미지 혁신을 강조했다. 보도자료로 배포한 신년사에는 없던 ‘이미지’라는 말을 다섯 차례나 사용할 정도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단순히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것 뿐 아니라 ‘현대’ 브랜드를 글로벌 탑 메이커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짓기로 한 100층 대 ‘통합 신사옥’도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10조원을 들여 새로운 건물을 짓고자 하는 건 경제성을 산출한 결과를 보고서 진행한 일”이라면서 “현대차의 기업 이미지가 높아지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판매량도 순조롭게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8년까지 ‘판매량 900만대 시대’를 여는 것도 향후 현대차의 경영 목표다. 정회장은 올해 판매 목표량(820만대) 보다는 더 높은 목표인 900만대 판매를 강조했다. 달성 시기는 중국 충칭ㆍ창처우 공장이 준공되는 2018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 회장은 “지난해에는 소형차로 연간 판매량 800만대를 달성했다”면서도 “900만대일 때는 중ㆍ대형차가 궤도에 올라 외국 메이커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요타 자동차는 연간 1000만대 정도를 생산하고 있는데, 도요타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가겠다는 의미다.

‘연비 혁신’도 정회장이 현대차 임직원에게 주문한 특별 과제다. 정 회장은 “고연비ㆍ하이브리드 차 같은 차별화된 친환경차를 개발해 도요타ㆍGM 등 글로벌 메이커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오는 2020년까지 제품 평균 연비를 기존 대비 25%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2020 연비 개선 로드맵’을 내놓은 상태다. 올 4분기 출시되는 LF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로드맵 발표 후 첫 작품이 될 전망이다.

그밖에도 정 회장은 이달 설립 예정인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기반으로 국가 창조경제 실현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제철 등 철강 분야는 첨단 소재 개발에 주력해 완성차의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건설 분야는 핵심 기술 역량을 강화해 새로운 성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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