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소설이 독자의식 마비|평론집 『한국문학의 현단계』서 김종철씨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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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화계에 던져진 한권의 평론집이 담고있는 비평의 치열함때문에 주목받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내포하고있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온 「한국문학의 현단계」제2권이 그책이다.
문학·연극·미술·판소리 등에 대한 평론을 담고 있는 이책은 최근 우리비평계에서 보기드물게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평론을 실었고 특히 김종철씨(문학평론가)의 「상업주의소설론」과 안종건씨(극작가)의 「한국연극, 이대로 좋은가」는 해당분야의 작가·연출가 등에 대한 적나라한 지적으로 이문제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일으키게 하고있다.
김종철씨의 「상업주의소설론」은 최인호·박범신·김홍신씨 등의 작가에 의해 70년대에 시작되어 80년대에 와서 그 위세가 더 커지는 「상업주의소설」을 「작가개인의 영리를 추구하면서 독자의 의식을 마비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기능을 하는 소설」로 규정하고 있다.
최씨의 『별들의 고향』, 박씨의 『죽음보다 깊은잠』, 김씨의 『인간시장』 등을 이들이 쓴 대표적인 상업주의 작품으로 든(그들작품전체를 말하는것이 아님을 강조) 김씨는 이들소설이 「이웃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진지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인간이 아닌 이나라의 허공에 떠도는 허상들을 주인공으로한 애증을 그린소설」이라고 보았다.
김씨는 비정상적이거나 무기력하거나 허무주의에 빠진 남녀의 행태와 갈등은 이시대의 인간적인 삶 및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말하고 김씨는 상업주의 소설가들이 자신들의 주인공을 소외계층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자신은 소외계층을 「정직한 노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체제의 모순이나 권력의 횡포때문에 정당한 처우를 받지못하는 계층」으로 파악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허망한 사랑의 유의를 벌이는 인물을 내세위 감각적으로 쓴 소설의 비생산적인 면을 지적했다.
김씨는 이어 상업주의소설이 섹스라는 당의정을 이용했으며 요즈음에 와서는 무술이나 폭력이라는 흥분제를 개발하고있다고 말했다. 김홍신씨의 『인간시장』을 예로 든 김씨는 이소설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과장된 인물을 창조해 독자의 무력감을 해소하고 그들을 통쾌한 기분으로 몰아넣어 충실한 독자로 만들려고 하고있다고 말했다.
안종관씨는 「한국연극. 이대로좋은가」에서 우리연극이 「서구연극의 찌꺼기를 재빨리 수입해 고도의 예술성 전문성·실험성이라는 고급포장을 하여 소비시장에 내놓는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말하고 이 때문에 연극관객을 스스로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씨는 오늘날 한국연극에서 「서울 연극평론가 그룹」이라는 10명 남짓한 평론가들이 매스컴을 독점하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있으며 그들에 의해 부조리연극·실험극·전위극들이 난해성 모호함·신비·고도의 세련성 내용의 거세 등을 속성으로해 우리연극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연극이 관객을 지적 허영심에 편승시켜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씨는 이러한 연극이 충격·감각으로 관객을 흥분에 휩싸이게 하지만 의식을 정화시키거나 인간성을 고양시키지는 못한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연극이 미국 등 서구에서 종말을 고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안씨는 최근 마당극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연극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 또한 「마당을 현실의 일부며 생활하는 현장으로 보아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기성무대를 거부하는 성향이 강해」 관객과의 진정한 공감대나 연대의식을 이루지 못하는 결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씨는 지금 우리연예계에 필요한것은 형식이라는 허술속에 소멸되어버린 내용을 찾는것이며 역사의식의 회복이라고 말하고 이와함께「리얼리즘」연극의 확대와 심화가 필요하다고강조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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