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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경협주, '북풍'에 돛 달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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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0일 증시에선 대북 관련주들이 기지개를 한껏 폈다. 전날 북핵과 관련한 6자 회담의 타결로 대북 송전을 포함해 남북 경제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문제는 있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연 200만㎾의 전력을 공급한다'는 원칙빼고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어떤 업체가 얼마만큼의 수혜를 입을 것인 지를 예단하기 어려운만큼 종목 선정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 대북 송전주 무더기 상한가=발전설비 관련 업체 가운데 거래소의 선도전기.광명전기, 코스닥의 제룡산업.이화전기.금화피에스시.비츠로테크 등이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LS산전.효성 등 변압기를 만드는 업체의 주가도 2~5% 가량 상승했다. 전선을 만드는 LS전선.대한전선.가온전선 등도 1~7% 가량 주가가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정부가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게 되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재빨리 주식을 사들인 덕분이다. 북한에 어떤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산업자원부는 송전시설 건설비와 변전 시설비에 1조5500억원~1조72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매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관련 업체들에겐 충분히 '가뭄에 단비' 가 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날개 단 경협.현대그룹주=북한 개성공단에 입주할 로만손과 신원, 사리원에 생산공장을 보유한 에이스침대, 금강산샘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태창, 사업권을 가진 삼천리자전거 등의 주가가 일제히 상한가까지 올랐다.

남북화해 분위기가 고조될 경우 정부가 북한에 비료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으로 남해화학.조비.경농도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다. 또 남북한 철도와 도로 건설도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 속에 토목과 도로 부문의 매출 비중이 큰 현대건설.대림산업.삼부토건.대우건설 등의 주가도 1~5%의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그룹주의 약진도 돋보였다. 현대아산이 주관하고 있는 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더욱 활성화될 것은 물론 다른 지역으로 관광사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4.9%, 현대아산의 지분을 가진 현대상선의 8%가 올랐다.

◆ 주가 급등락 가능성 커=일단 남북관계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다. 새로운 뉴스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춤을 출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새 호재가 나왔다기보다는 묻혀 있는 재료가 수면 위로 나온 것이니만큼 보수적인 투자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대북 관련주의 상당수는 시가총액이 작고 주가 수준도 낮아 뉴스가 나올 때마다 급등락의 위험이 있다"며 "테마에 휘둘리기보다는 실제 수혜 폭이 얼마나 될 것인 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 한국 디스카운트 "해소됐다" VS "더 지켜봐야"

6자 회담 타결의 후광이 증시를 비췄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16.8포인트 오른 1190.93으로 마감하며 1200선을 눈앞에 뒀다. 유가 급등으로 미국의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한국 기업의 주식예탁증서(DR)는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역시 6자 회담 타결의 공이 컸다.

이에 따라 증시 안팎에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메릴린치의 스펜서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증시가 가장 유망하다"며 "향후 12개월 동안 달러화 기준으로 3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증시에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씨티그룹글로벌증권의 유동원 상무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로 한국 증시의 위험도가 일시적이나마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대부분 이번 6자 회담의 타결이 한국 증시의 재평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넘쳐나는 시중 여유자금과 기업의 실적 향상 등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한국 증시에 꼭 필요한 나머지 2%를 채웠다는 평가다.

그러나 조심스런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 북핵 문제의 완전 해결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합의문 도출 하루만에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미국의 경수로 제공 간의 우선 순위를 놓고 북.미 양국이 벌써 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 담당자는 "북핵 문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당장 외국인의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또 해외시장에 거래되고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채)의 가산금리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도 북한에 대한 미심쩍은 눈초리 때문이란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 센터장은 "6자 회담의 타결은 분명이 긍정적인 뉴스"라며 "그러나 미국과 북한의 신뢰성 있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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