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파전시대…전자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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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삼성-금성 판도에 대우·현대 뛰어들어 각축 예상
미래산업의 총아로 각광받고있는 전자산업을 둘러싼 국내 정상급 4개 그룹의 4파전이 예상된다.
지난 60년대 이후 금성사·삼성전자·대한전연 등 가전 3사의 트로이카 체제하에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해오던 국내 전자업계의 세력판도가 대우·현대의 잇단 참여로 상당한 변화가 일 전망이다.
선발기업인 삼성과 금성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태연한 표정이나 상대가 상대인만큼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대우가 대한전선의 가전 사업파트를 정식으로 인수하고 올해 그룹의 중점사업을 전자산업으로 정한데이어 현대도 현대전자산업을 정식으로 출범시키고 정주영 그룹회장이 직접 사장직을 맡아 진두지휘에 나섰다.
현대는 특유의 기질인 뚝심으로 뛰어들었으나 막상 일을 벌여놓고 보니 넘어야 할 벽이 많을것으로 보고 걱정이 많다.
전자산업은 엄청난 시설투자와 함께 우수한 기술인력의 확보가 필수적인 만만치 않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앞으로 87년까지 4억5친만달러(약3천4백억원)를 3단계에 걸쳐 반도체산업에 투자할 마스터플랜을 확정, 자본금 1백억원 규모의 현대전자산업을 설립하고 경기도 이천에 30만평의 공장용 부지를 26억원에 사들였다.
이와함께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자본금 5백만달러의 현지자회사 모던 일렉트릭 시스템사를 설립했다.
현지의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이는 발판역할을 하기 위해서라고한다.
앞으로는 주요한 반도체 개발을 미국의 자회사에서 말고 본격적인 생산은 이천공장에서 담당케 한다는 구상이다.
또 이천공장 가동 초기단계에는 반도체 웨이퍼 5인치짜리를 연10만장 생산 내수·수출 50%씩을 예정하고 있다.
현대는 아직 공식적으로 반도체생산만을 내세우고 있지만 가에까지 참여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있다.
대우도 컴퓨터와 반도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나 우선적으로 대한전선이 차지하였었던 시잠점유율 유지·확대시키는데 역점을 둘 전망이다.
현대·대우는 마스터플랜이야 어쨌든 사업초기에는 힘이 들것으로 보인다.
자금동원능력은 별문제로 하고라도 조직화된 판매망,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신제품 개발등 l∼2년에 이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과 축적된 기술 개발능력을 갖곤있는 삼성·금성과 경쟁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것이다.
선발기업인 삼성과 금성의 신규투자규모도 만만치않다.
앞으로도 앞서가기 위해서 끊임없는 신기술개발, 새로운 제품의 생산을 위해 각각 2천억원 이상씩 투자를 87년까지 예정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가전제품에서 확보해 놓은 튼튼한 발판을 유지해나가면서 앞으로 반도체·컴퓨터·로보트 등 산업용기기, 사무자동화기기, 광통신등에 역점을 둔 방대한 투자계획을 수립해놓고있다.
87년까지 국내전자업계는 1조원이상의 돈을 전자산업에 쏟아붓는 보기드문 대규모투자를 각 그룹차원에서 감행할 계획이다.
삼성·금성·현대·대우는 신기술개발을 담당할 우수두뇌유치에 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활약중인 교포두뇌용이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고있다.
현대가 전자산업 참여를 발표하면서 배명승박사 등 미국기업에서 반도체부문 개발요원으로 활약하는 우리나라 두뇌 6명을 맞아 들였고 삼성·금성도 이미 확보해둔 박사급 연구인력외에 더많은 두뇌를 확보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한걸음이라도 앞서 유능한 연구인력확보를 위해 현재 약 2백50명으로 추산되고있는 재미두뇌와 국내대학·연구소의 고급두뇌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고급두뇌를 주가도 하루가 다르게 뛰고있다.
이같이 정상급 기업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전자산업이 장래 손꼽히는 유망업종이기 때문. 국내반도체시장 규모(수출포함)가 오는 87년에 가서는 약2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또 컴퓨터·OA·산업용기기·통신·가전 등 전자산업 자체의 규모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것이다.
정상급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전자산업의 참여가 필수적인 것이다.
첨단기술에 큰자본이 참여하는것은 한편으로는 바람직스러우나 짧은시간에 이같이 엄청난 투자가 한꺼번에 이루어질 경우 지난 70년대말 중화학 투자에서처럼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야기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한정된 인력을 둘러싼 스카우트 열풍이 다시 몰아치지 않을까하는 염려도 나오고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문분야들로 나누어 집중 투자하도록 이끌어가야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박태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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