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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그 수는 너무 정직하다 … 77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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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강 토너먼트>
○·박정환 9단 ●·저우루이양 9단

제9보(76~82)=바둑에서 어느 수준에 오르면 이런 말 들을 때가 있다. “그 수는 너무 정직하다.” 무슨 뜻일까.

 오늘 77이 그런 수였다. 너무 정직했다. 순간 백이 찬스를 잡았다. 하변 흑진이 78 한 수로 급격하게 무너졌다.

 77은 76에 눈이 팔린 수로 소위 손 따라 둔 수였다. 물론 우변 76을 공격하겠다는 뜻이지만 아쉽게도 76은 쉽게 될 말이 아니다. 주변에 공간이 넉넉해 몸을 충분히 움치고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은 한편으로 감정싸움. 흑은 내친 김에 79~81이다. 백도 내친 김에 82다. 흑은 우변 백을 계속해서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데 백은 태연하다. “그래, 잡을 테면 잡아가라.”

 이런 경우 실전에서 목이 타는 입장은 공격하는 입장이다. 일단 집으로 손실을 본 다음이니 그러하다. 물론 77~81까지 두텁긴 하다. 그리고 하변도 아주 잡힌 건 아니다.

 ‘참고도’를 보자. 흑은 77이 아니라 여기 1에 두어 하변을 지켰어야 했다. 2·3은 맞보는 자리. a·b도 맞보는 자리. 상변 쪽 백이 두텁지만 그래도 흑의 실리가 좋다.

 바둑은 우연과 사건이 지배하는 놀이. 그런 세상에서는 배짱이 중요하다. 먼 미래는 운에 맡겨두자. 너도 나도 비슷한 실력이니 뭐 욕심 좀 내자. 그런 심보가 필요하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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