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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인하 대비 새 활로 모색에 비상|「역오일 쇼크 바람」불기 시작 해외 건설업체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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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름 값이 내려가면 역 오일 쇼크가 올 것에 대비하여 해외건설업계는 새로운 활로 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건설부·해외건설협회·해외건설업체들은 해외건설을 살리기 위한 구명책 마련에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중간산유국들이 원유가를 내리면 오일 달러가 줄어들고 우리 해외건설업체들의 수주나 수금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건설부문의 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2년 전쯤부터 나왔다. 중동산유국들이 초기 전액해외발주단계에서 벗어나 자국화 정책을 강화하고 발주조건도 복잡하게 만들어 나왔었다. 그러나 리비아의 정정불안과 이란 이라크전이 장기화하고 최근 원유가인하 움직임에 따라 사정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관계당국은 아직 석유수출국기구 (OPEC) 가 유가 인하 폭을 결정하지 않아 정확한 파급효과를 산출해내지 못하고있다.
그려나 유가를 인하한다면△산유국의 새로운 공사 발주량이 줄고△현재 진행중인 공사의 대금을 받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산유국이 이미 발주했던 공사를 감축하는 사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되면 해외건설공사에 크게 의지하고있는 많은 건설업체들이 자금 때문에 몸살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건설부의 구체적인 대책은 유가 인하 폭이 결정되는 대로 마련할 예정이다.
유가가 내리면 진출업체들이 타격을 입을지도 모르므로 이에 대비한 「구제」가 기본 방침이다. 이 때문에 유가 인하로 이득울 보는 부문, 예를 들면 무역·에너지·국내 생산업 등의 부문에서 상당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늘어날 석유기금의 일부를 국내건설확대에 돌려써 해외건설업체의 몸살을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설부는 아직 대책을 확정하지 못하고 인하결정을 기다리고있는데 일단 업체에 대해. 스스로 대비책을 세우라고 지시해 놓고 있다.
해외건설회원사의 모임인 한국해외건설협회도 요즘 매일 산유국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대책마련에 무심하고있다.
협회는 이번 유가하락이 그동안의 고유가 정책에 대한 구조적인 부작용으로 보고 수주량보다 기술적인 노력으로 『살아 남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 달 중에 중동지부를 설치, 이사1명과 요원2명을 파견한다. 이들은 주로 중동지역의 건설경보를 수집, 분석해서 진출업체에 제공할 계획.
협회는 또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비해 해외건설 종합적인 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지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예를 들면 노무·공정·인력·자재·자료관리 등을 컴퓨터화 하고 미수금일소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협회는 특히 해외건설업체가 공사를 성실히 해주고도 발주 측의 술수에 말며 손해보는 경우가 많은데 착안, 발주국의 잘못으로 공사에 손해를 봤을 때는 클레임을 거는 방법을 가르칠 계획. 이를 위해 해외건설관계법률지식이 많은 사람을 시켜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해외 건설업체들의「견뎌내기 방안」을 보면 군살빼기·만능 사원화· 기구통폐합·수주 및 시공기술 개발·수주국 전환·타 업종 진출 등 가지각색. 요컨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름 값이 다시 오를 때까지 견디자는 버티기 작전이다.
한양의 경우 전문경영인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자연감소 인원을 보충하지 앓고 소수 정예화하고 있다. 인천에 연수원을 세워 이른바 2개월 코스의 만능사원화 교육을 시키고있는데 여기서는 컴퓨터조작, 한글 및 영문타자, 운전, 영어회화를 가르친다. 이미 작년11월과12월에 2백여명을 교육시켜 실무에 배치했고 지금 2기를 교육 중.
한양은 4년 전 본사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전산시설을 하고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본사간 인공위성을 통한 핫라인을 개설, 활용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지금까지 확대위주로 해온 해외건설부문을 질 위주로 바꿔 예산·인력부문에서 군살빼기를 추진하고있다.
이미 금년 정초에 종합기획실인원을 줄이고 해외건설스태프를 바꿨는가 하면 다소 문제가 있었던 이라크에서 인력과 장비를 줄이고 있다. 중견사원 3백50여명에 대해 2개월 코스의 사내 재교육을 시키고있다.
대우는 리비아에 편중돼있는 공사현장을 아프리카와 동남아 쪽으로 확대해 역오일쇼크의 영향에서 벗어난다는 작전이다. 김우중 회장은 1년 중 3분의2 가량을 해외에서 진두지휘하며 최근 아프리카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동남아에서는 이미 싱가포르와 말레이지아에 발판을 구축했다.
삼성종합건설은 최근 어려워지는 해외건설시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기술과 자질의 향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신뢰를 통한 수주 증대」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세계적인 건설회사 두 군데와 기술교육계약을 맺고 파견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고급인력 30명이 4개월간 교육을 받고 왔으며 연중 계속 보낼 계획이다.
또 전사원을 수주 요원화 한다는 방침아래 최소한 2개국어이상의 어학교육을 시키고 국제 변호사와 전전문가를 초빙, 자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동아건설의 최원석회장은 유가인하 움직임이 나타나자 2월말 즉시 중동에 직접 나가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곧 귀국, 대책을 세운다는 것이다. 이밖에 삼환기업·대림산업·남광토건 등 유수한 해외건설업체들이 암중모색을 하고있다.
업체중 상당수가 이번 파동을 계기로 중동일변도에서 동남아·중남미로 수주시장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회사는 해외건설에 한계를 느끼고 반도체·금융·석유화학·주택분야로 눈을 돌리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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