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테네시 월리엄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 극작가 「테네시·월리엄즈」의 계음은 그의 수많은 히트작을 기억하는 연극 팬들에겐 서운한 일이다.
19l1년 미시시피주에서 출생한 그는 젊은 시절을 방랑과 빈곤으로 불우하게 보냈다. 희곡에 뜻은 두었지만 제대로 써지지가 않았다. 그 중에서도 1940년 그의 처녀작 『천사들의 싸움』은 대 실패작.
그가 여기서 좌절했다면 아마 위대한 극작가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식당종업원, 엘리베이터 보이를 전전, 「밤새 코피를 마셔가며」 글을 썼다. 1944년 『유리동물원」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는 「아마 지쳐 죽었을」것이라고 후일 회상하기도 했다.
『유리동물원』의 성공이후, 그의 극작 활동은 순풍에 돛단 듯 했다.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47년)』, 『장미의문신(51년)』, 『캐미노 리얼(53년)』,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55년)』, 『타락한 오르페우스(57년)』, 『지난 여름 갑자기(58년)』, 『이구아나의 밤 (61년)』을 정력적으로 집필했다.
초기의 성공으로 는 뉴욕 비평가 협회상을 네번, 퓰리처상을 두 번 이나 받았다. 그의 연극은 리얼리즘의 유파에 속한다. 연극평론가 「N·호턴」은 이 유파를 「사진사의 연극」이라 부른다. 「유진·오닐」이나 아직 건재한「아더·밀러」등이 모두 이에 속하고 「스트린드베리」, 「체호프」, 「입센」등을 이 유파의 원조로 친다.
굳이 연극의 유파를 따진다면 「버나드·쇼」는 설교자의 연극, 「T·S·엘리어트」는 시인의 연극, 「사르트르」와 「카뮈」는 철학자의 연극, 「베케트」와 「이오네스코」는 비관주의자의 연극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월리엄즈」는 전통적인 리얼리즘에 반발한다. 『무대 위에 진짜 냉장고가 있고, 거기에 진짜 얼음덩이가 채워져 있어야만 하는가』-. 『유리동물원』의 작가 노트에서 그가 한 말이다.
그는 『시적 상상력의 변형을 통해서 본질을 암시』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어딘가 「심리적인 병」을 앓고 있다. 소외당했거나, 환상을 쫓거나, 생의 억압과 폭발을 경험한다. 그는 이들을 따스하지만 감상에 흐르지 않고, 동정은 쏟지만 변호에 치우치지 않게 묘사한다.
「월리엄즈」가 창조한 주인공들은 모두 독특해서 배우라면 한번 해보고 싶은 역들뿐이다. 우리나라엔 영화를 통해 그의 주인공들이 많이 소개됐다. 특히 『욕망…』에서 「블랑슈」역의 「비비언·리」와 「스탠리」역의 「말론·브랜도」는 일품이다. 『지난 여름…」의 「엘리자베드·테일러」도 명연기였다.
초기의 성공후 「월리엄즈」는 긴 슬럼프에 빠졌다. 심장발작과 알콜 중독도 경험했다. 『도오꾜 호텔의 어느 바에서(69년)』로 재기한 그는 『절규(73년)』 같은 후기의 명작도 내놓았다.
비록 그는 갔으나 그가 창조해낸 인물들은 영원히 우리 주변에 남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