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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지금 '태풍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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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산 정치판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부산을 진원지로 해 여권 내 신당 바람을 확산시키자는 정계개편 북상(北上)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바람을 막기 위해 벌써부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부산을 정치적 연고지로 한 대통령의 탄생과 더불어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부산에서 여야가 맞부딪치고 있는 형국이다.

◆ 바람 차단 나선 한나라당

한나라당 김진재(金鎭載.부산금정구)최고위원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우리당 소속 안상영(安相英)부산시장 측근들에 대해 비밀 신상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金위원은 "이는 노무현 정권 출범 후 민주당 신주류 세력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 창당과 무관하지 않은 중대한 문제"라며 "여권이 부산을 시발로 야당 광역단체장들을 압박해 빼내가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당 차원에서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金위원은 또 "최근 부산에서 열린 특정 종교행사 때 부산정치개혁추진위원회(정개추) 위원장이 행정부나 민주당 부산시지부 간부들을 제치고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는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 부산발 신당바람 북상 노력

지난 9일 부산에선 정개추가 발족했다. 위원장은 조성래(趙誠來)변호사가 맡았다. 신상우(辛相佑)전 국회부의장.정윤재(鄭允在)민주당 사상지구당위원장 등과 지난 대선 당시 정동영(鄭東泳)의원이 이끌었던 국민참여운동본부 회원, 노사모 회원 등이 주축이 됐다. 하나같이 盧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사람들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배우 명계남씨도 참석했다.

정개추는 민주당 내 신당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부산지역에서 먼저 출범한 일종의 신당 추진 결사체다. 백기성(白基成) 정개추 기획실장은 "우리는 통합신당이 아니라 개혁신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개추는 14일 개혁당 김원웅(金元雄).유시민(柳時敏)의원이 참가하는 범개혁세력 단일정당을 위한 국민토론회, 30일 전국 당외 개혁신당 추진회의 등을 여는 등 사실상 독자적인 신당 창당 수순을 밟아나갈 계획이다.

정개추의 움직임에 대한 盧대통령의 평가에 대해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盧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영.호남을 아우르는 통합정당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부산은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권에서 거론되는 청와대.내각 고위직에 대한 총선 징발설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 바빠진 한나라당 부산 의원들

최근 서울에서 부산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총선이 1년 남았지만 한나라당 부산 의원들은 사력을 다해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다.

김무성(金武星.부산남)의원은 일요일인 지난 11일 하루 동안 산악회 네 곳, 경로당 네 곳을 돌았다. 金의원은 "DJ정부의 부산 인맥과 盧정부의 부산 인맥은 격이 다르다"며 "비관하진 않지만 내년 선거가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런 위기감 때문에 부산이 지역구인 16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수시로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박승희.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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