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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訪美성과 절반, 財界 돌려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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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첫 미국 방문 길에 오른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뉴욕행 기내에서 한 간담회에서 "첫 길을 가니까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대한항공 특별기의 조종석을 방문해 조종사들과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북핵.경제 문제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어 미국 땅에 내리자마자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12일 뉴욕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수행한 대기업 총수.경제인 28명과의 만찬 간담회였다.

◆수행 대기업 총수 만찬 간담회=손길승(孫吉丞)전경련 회장과 이건희(李健熙)삼성전자.구본무(具本茂)㈜LG.정몽구(鄭夢九)현대자동차.조석래(趙錫來)효성.김승연(金昇淵)한화.조양호(趙亮鎬)대한항공 회장 등 재계 핵심 인사들이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집결했다.

盧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집단 간담회를 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박용성(朴容晟)대한상의 회장은 "1995년 기준으로 30대 기업 중 현재 17개 그룹이 탈락했다"며 "나머지 13개 그룹 총수는 오늘 거의 미국에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전세계가 보기에 재계와 거리가 있거나 사이가 안 좋을지 모른다는 대통령의 미국 나들이에 여러분이 성의를 다해 함께 해준 것은 좋은 이미지와 메시지를 줄 것 같다"며 "국민도 안도할 것 같고 미국 경제인들에게도 한국 정부와 경제계가 일치단결해 노력하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盧대통령은 "내가 절반을 하면 여러분이 절반을 할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며 "돌아가면 성과가 어떻든 공의 절반은 여러분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孫회장은 건배사에서 "경제인들이 할 일은 우리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재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새 정부의 비전을 향해 단합하는 모습을 알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건희 회장은 방미 수행의 이유에 대해 "나라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며 "한.미 관계는 앞으로 잘 돼 나가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동포 간담회=김기철 뉴욕 한인회장 등 7백여명의 교포가 모여 盧대통령의 첫 방미를 환영했다. 盧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특히 미국에서 나에 대해 궁금해 하고 어떤 분은 약간 의심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나는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새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한국 사회를 이끌어 왔던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안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이 돼버리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진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했다.

盧대통령은 이어 "미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런저런 궁금증을 말끔하게 해소해 놓고 가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졌다.

특히 김기철 회장의 재외동포법 제정 건의에 대해 盧대통령이 "바로 답을 줄 수는 없지만 자유롭게 동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나가겠다"며 "제도도 제도지만 인식이 중요한 만큼 해외 국적 취득자가 공직의 결격사유가 되는 것과 같은 국민의 인식을 바꿔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가장 큰 박수가 나왔다. 원고가 없는 24분간의 즉석 연설이었다.

盧대통령 내외는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남녀 화동에게서 각각 꽃다발을 증정받았다. 13대 의원을 지낸 문동환 목사와 부인 문혜림씨, 뉴욕 5.18 관련 행사로 미국을 찾은 민주당 김경재(金景梓)의원 등도 눈에 띄었다.

◆기내 기자 간담회 및 뉴욕 도착=盧대통령은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국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너무 기대와 목표를 높게 잡는 것 같다"며 "그런 게 실제로는 정상회담에서 부담이 되고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세부적인 문제에서 견해가 조금 달라도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큰 틀에서 일치하고 공감대를 높이면 회담은 성공할 수 있다"며 "글로 쓰거나 기사로 쓸 때 차이점이 많이 나타나지만 만나면 일치감이 확인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盧대통령 일행을 태운 대한항공 특별기가 12일 오전 3시40분(한국시간) 존 F 케네디 공항에 안착하자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와 조원일(趙源一)뉴욕 주재 총영사, 엔세냇 미국 측 의전장이 盧대통령 내외를 기내영접했다.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대사 내외는 트랩을 내려온 盧대통령을 맞았다. 실무방문 성격에 맞게 별도의 환영행사 없이 단출하게 盧대통령을 맞은 것이다.

뉴욕=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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