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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고수동굴 같은 유명 관광지 될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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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신도식씨가 마을 뒷산의 동굴 안에서 쇠망치와 정을 이용해 굴을 파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0년째 굴을 파고 있는 70대 할아버지가 있다. 충북 괴산군 괴산읍 동부리에 사는 신도식(75)씨는 마을 뒷산에서 홀로 굴을 파내려가고 있다. 쇠망치와 정·괭이만 사용한다. 현재까지 판 동굴 길이는 62m. 지름은 1.2~1.5m로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신씨는 이 굴을 ‘명산 영성동굴’, 굴을 파면서 발견한 약수물을 ‘신비의 지장약수’로 이름 지었다.

 신씨는 2004년 남산이라 불리는 뒷산 기슭에 외딴 집을 지은 뒤 이듬해부터 굴을 파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산신령이 ‘집 뒤 큰 바위 밑을 살펴보면 샘이 나올 것’이라고 알려줘 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산신령의 계시처럼 다음 날 그는 집 근처에서 큰 바위 하나를 발견했다. 신씨는 “무언가 홀린 듯 바위를 깨부수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샘물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그저 등산 오는 사람들에게 약수터나 만들어줄 요량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집에서 50m 떨어진 곳에 돌 틈 사이로 사람 머리가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굴을 발견했다.

 이후 목표가 바뀌었다. 자연 굴을 찾아 작은 굴과 연결 통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는 “충북 단양군 고수동굴 같은 석회암 동굴이 남산에도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발견만 하면 유명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간에 큰 바위에 막혀 포기할까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굴에서 파낸 돌무더기를 들고 나오다 넘어지기도 하고 굴 천장에 머리를 부딪혀 피가 나기도 했다.

 신씨는 2012년부터 동굴을 찾은 사람들이 놓고간 돈을 괴산군에 기부하고 있다. 2012년 15만7000원, 지난해 15만9050원이다. 지난 24일엔 장학기금 20만5600원을 기부했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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