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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인사들 어떻게 지내왔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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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 규제자에 대한 1차 해금조치로 구 정치인과 고관들의 근황은 새삼 세인의 궁금사가 된 것 같다.
이번 해금으로 풀린 68명의 전직의원과 각료 및 처음부터 정치활동규제에 묶이지 않았던 흘러간 별들의 근황을 알아본다.
○…해금 인사중 구 정권 하에서 고급관리를 지낸 사람들은 비교적 지난2년간 안정된 생활을 해온 편이나 정치인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낭인 비슷한 생활을 해왔다.
변호사자격을 갖고있는 이도환·김당환·박찬씨나 개인사업체를 갖고있는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등산대학」(친구들과 산행)이나 「식사대학」(집에서 무위도식)에 적을 두고 있었다고들 한다.
황낙주·박용만·정재원·김창환·김영배·양해준·황호동씨 등 구 신민당소속 의원들은 특별한 생업을 갖지 못한채 옛 동료들을 만나거나 건강관리를 하는 것으로 지난 2년을 소일.
그러나 집을 팔아 줄여간 사람(김효영씨 10대 공화)이 있는 가하면 생업전선에 뛰어든 사람도 상당수.
김경인써 (9대·통일)는 적선동에 화실을 차렸고, 이진용씨(9대·무)도 중소기업공장 경영을 시작했다.
구 여권인사들은 그래도 비교적 나은 편이어서 문기식씨(9대·공화)는 전부터 하던 목장 일에 전념했고 오학진씨(9대·공화)는 목욕탕을 경영중이고, 정우식씨(9대·공화)는 한일시멘트고문, 지종걸씨(9대·유정)는 창동제지 부사장, 심현직씨(10대 공화)는 고향인 서산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서령 중·고교재단이사장으로 육영사업에 전념.
2차로 묶였던 24명중 해금된 △김현옥(전 서울시장·경남양산장안중학교장) △이낙선(전상공부장관·롯데그굽 부회장) △유혁인(전 청와대 정무 제l수석비서관·대구MBC고문) △김종낙(김종필씨 빈형·코리아타코마 회장) △양탁식(전 서울시장·동아석유화학회장) △김용환(전 재무강관·미 하버드대학 유학) △한병기(전 캐나다대사·설악관광회장)씨 등은 비교적 활동을 해온 편.
오유방씨(10대·공화)는 작년2월 도미해 현재는 하버드대학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수학중이고 10·26이후 공화당 총재보좌역으로 있던 동훈씨(전 통일원차관)는 통일문제연구소를 개설했으며 연구차 일본에도 다녀왔다.
○…해금인사 중 정치를 계속 하겠다고 뚜렷한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정재원씨(10대·신민) 정도고대부분은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며 정치를 하고싶지 않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 소극적인 태도 표명자들 중에도 결국은 정계에 복귀하려할 사람이 많으리란게 주변의 추측이다.
공화당대변인을 지낸 박철씨(9대)는 정계복귀를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으나 주어진 여건이나 환경 속에서 계속 일해보고 싶다는 뜻을 표명.
황호동씨(9대·신민)는 해금인사들과 만나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상의해보겠다는 태도를 표명.
박용만씨(10대 신민)는 규제자가 한사람이라도 남는 한 다 풀릴 때까지 정치재개여부를 결정치 않겠다고 했고, 김우경씨(7대 공화)도 정세를 관망한뒤 결정하겠다고 명백한 태도표명을 유보.
반면 윤제술(전 국회부의장)·이도환(10대 유정)·한병기 (8대·공화)·강문봉(9대 유정)씨 등은 명백하게 탈 정치를 선언.
○…10대 의원 중 정치활동 피규제자로 묶이지 않았던 1백17명중 11대로 진출한 46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 여권출신인사가 정치권 밖에서 활약중이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여건만 조성되고 기회가 온다면 언제라도 정계복귀를 희망하고있어 잠재 정치현역이라 볼 수 있다.
특히 국민당에 참여하여 11대 총선거에 출마했던 구 공화 출신인사중 상당수는 계속 정치에 뜻을 두고있다.
그래서 아직도 연말이면 과거의 지역구유지들에게 인사장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9, 10대의원으로 현재 공직이나 국영 기업체 등에서 활약중인 인사는 △고재필(9대 유정· 국정자문위원) △하대돈(10대 공화· 국제관광공사사장) △손승덕(10대 공화·지적협회회장) △김용호(10대 공화·보험공사상임고문) △이준섭(10대 공화·석유개발공사총무이사) △노인환(10대 공화·전경련 상근부회 장) △안종렬(9대 유정 전기안전공사사장) △전부일(10대 유정·영남화학사장)씨 등.
일반기업체로 진출한 인사도 적지 않아 이도선씨(10대 공화)가 교보문고사장으로 있다가 최근 교육보험사장으로 옮겨 본격적인 전문경영인대열에 나섰고 장지량씨(10대 유정)가 고려연초사장, 최우근씨(10대 유정)가 동부건재 사장 등으로 재직.
직접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지는 않으나 기업체의 고문 등으로 간접참여하고 있는 인사도 있다. △이영근(10대 유정·삼양식품고문) △성명수(10대 유정·대호원양고문) △이호종(10대 공화·화순산업고문) △김재홍(10대 공화·한아여행 회장)씨 등이 소일거리 삼아 일하고있다.
정계입문 전부터 학계에 있었던 인사들은 상당수가 대학으로 복귀했다.
김옥렬씨(9대 유정)가 모교인 숙대 교수로 있다가 총장으로 취임했고 이밖에 △강병규(10대 공화·한성여대학장) △김명회(9대 유정·청주대학장) △최대지(10대 유정·경희대행정대학원장) △이성근(9대 유정·명지대교수) △이정식(10대 유정·청주사대교수) △이범준(9대 유정·성신여대교수) △김진봉(9대 유정·명지대교수·콜럼비아대 교환교수로 도미) △한태연(10대 유정·동아대강사)씨 등이 대학에 적을 두고있다.
유신헌법의 대가였던 갈봉근씨(10대 유정)는 미국 버클리 대학에 유학중이고, 양찬우씨(10대 공화)도 일본대학에서 수학 중. 국민당의 전국구 예비후보1번인 신광순씨(10대 유정)는 「사실상 정당생활에서 손을 떼고 외국어대학에서 박사학위과정을 밟고 있고, 윤식씨(10대·유정)는 KIET(한국경제기술개발원)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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