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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개방은 단계적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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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경제정책의 방향 투정을 놓고 정부의 관계부처간, 연구기관 사이에 활발한 논전이 일고있다.
경제기획원의 정책 산실인 한국개발 연구원(KDI)과 상공부의 의사를 집약하고 있는 한국산업 경제 기술연구원(KIET)이 각각 앞으로의 산업 정책정립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독자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서로 적극적인 토론을 벌인다는 것은 우선 좋은 현상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 경제가 지향해야할 방향을 찾아야만 건전한 경제체질을 길러 나갈 수 있다.
미래 지향적이고 건설적인 논전은 얼마든지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KDI와 KIET간에 제기된 논쟁은 우리 경제가 불가피하게 선택해야할 개방경제에의 진입에 대한 방법논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즉, 개방경제에의 최적 접근수단을 어떻게 찾아야할 것인가를 두고 한쪽은 과감한 수입개방을 통해, 또 한쪽은 국내산업의 보호 육성을 통해 단계적으로 실현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KDI는「산업정책의 기본과제와 지원시책의 개편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 국내산업의 과보호 정책을 지양하고 수입 자유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비교 우위론에 입각한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수단으로는 수입자유화의 예시로 국내산업이 대응전략을 세우도록 자극하면서 관세 정책을 점진적으로 개편, 85년 이후 4년간에 걸쳐 최고 관세율이 30%로 낮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유치산업에 대한 시한부 보호는 병행되어야 한다는 단서도 붙이고 있다.
KIET는 역시「새 연대의 산업정책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전략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과 더불어 유치산업에 대한 관세보호가 있어야하며 수입개방은 점진적으로 신중히 추진되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KIET는 대내적인 정책수단을 활용하여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다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산업의 상호 경쟁여건이 미비한데다 불완전 고용상태 등을 고려할 때 KDI가 내세우는 비교 우위논의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다.
이렇게 보면 두 연구기관의 산업정책의 차이점은 명백해진다.
KDI는 국내산업을 국제 경쟁무대에 노출시킴으로써 한편으로는 경쟁력을 길러주고 비교우위를 상실한 산업은 자연 도태시켜 나가는 감과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정된 자원의 투자 효율성을 고려할 때 당연히 떠오를 수 있는 대안이다.
반면에 KIET는 국내산업 기반을 다져 나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국제 경쟁력이 자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보호정책이 병행되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우리 경제의 발전 단계에 상응한 개방논에도 타당한 근거는 있다고 평가된다.
한방 경제(open economt)란 무엇인가.
다른 나라와 경제 거래가 자유롭게 행해지는 경제문제다. 그 반대가 봉쇄경제(coosid economy)라고 한다.
개방 경제는 무역, 운수, 도항, 기술교류, 외환거래, 자본거래가 원칙적으로 자유화하되 예의적으로 금지,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다.
IMF(국제 통화기금)관계로 보자면 국제수지상의 이유로 외환제한을 할 수 없는 8조국이 개방경제며, 제한을 할 수 있는 14조국이 봉쇄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8조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8조국으로의 이행을 위한 개방체제를 갖추어야 하나 그것은 우리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을 때 가능한 문제다.
현실적으로도 외환 자유화에 제약이 있는 터에 수입부문을 먼저 튼다고 해서 개방체제가 기초를 잡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본의 경우, 60년대 초부터 수입 자유화를 표방했으나 76년에 이르러 비로소 97%의 자유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각종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겹겹이 쌓아, 교역 상대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KDI도 수입 개방을 한다고 하나 보호관 만의 유지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어 수입 자유화의 한계를 인정하는 듯한 인상이다.
개방경제 체제는 궁극적인 우리 경제의 목표임에 틀림없다. 다만 개방 경제에의 정책수단은 국내산업의 제반 여건을 면밀히 분석하여 선별적이고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런 분별없이 수입개방을 서둘렀다가 실패한 예는 바로 칠레의 경우에도 볼 수 있었다.
경쟁력을 상실한 비교열위 산업마저 과보호하라는 뜻은 아니다.
지속적인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각종 지원책을 강구해야할 전략산업, 또는 기초 소재공업 등은 보호 육성이 당면과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수입 자유화 폭의 확대는 국제수지, 외환거래 자유화 등과 보조를 맞추면서 해나가고 대내적으로는 KIET가 건의한대로 산업발전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이 의욕적으로 생산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환경의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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