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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담과학기술의 최전선(15) 종합과학기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최근의 각국, 또는 각기업들의 기술경쟁경향은 파급효과가 큰 분야쪽으로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하나의 기술로 가장 큰 파급효과률 줄수 있는 것은 전자분야다. 전자분야의 반도체는 어느 산업과도 결합이 가능하다. 반도체가 기계와 합쳐지면 자동기계가, 자동차가 합쳐지면 에너지절약형차가 되고 생명공학과 합쳐지면 DNA배열기가 된다.
그 때문에 전자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미국의 실리콘계곡에서만 한해에 5백개 기업이 새로 생기고 5백개 기업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은 이들이 2∼3명으로 된 군소기업이라 할지라도 경쟁의 치열함을 잘 대변해준다. 한번 성공하면 돈방석에 앉고 남보다 조금만 늦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것이 전자업계의 실정이다.
아직까지 상품화가 별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생명공학분야도 파급효과가 큰 분야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자보다 더욱 광범하게 개발될수 있는 분야로 꼽고있을 정도다. 전자는 개발된지 35년이 되지만 생명공학은 아직10년이 채 안됐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전자보다 우위에 올라서리라는 얘기다.
식량·의약품·환경개선·화학제품·에너지등 생명공학이 가능하지않은 분야가 거의 없으며 전자와 생명공학이 합쳐져 전혀 새로운 분야가 성립될 가능성도 있다.
전자와 유전공학에 이어 기술경쟁이 격심한 분야는 신소재다. 광섬유·초저온재료·생체고분자재료·감광성수지·아몰퍼스금속·탄소섬유·초미립자·초내열합금·전도성플라스틱등 이분야는 연구결과에 따라 새로운 제품의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자나 생명공학에 비해서는 용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적어 국가의 개입없이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밖에 에너지의 생산 및 절약방안, 정보·통신의 서비스시스템, 진료기기를 비롯한 인공기관등 메디컬엔지니어링, 우주 항공산업, 도시건축, 초전도열차를 비롯한 교통시스템, 전투기·미사일·탬크등 전쟁무기등이 2개국 또는 수개국들사이에 격심하게 기술전쟁을 벌이고있는 분야로 꼽을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경쟁은 전자에서 미·일, 생명공학에서 미·왈·구주등 사실상 선진국들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로 전락하는 일도 허다하다. 전자분야에서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같던 미국이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거북같던 일본에 추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요즘같이 기술개발에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는 1개기업만이 대형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무리다. 인력이나 자금면에서 도저히 경쟁할 처지가 못된다. 따라서 어떤나라든지 과학기술의 종합능력이 있어야만 기술경쟁의 선두그룹에 들수가 있다. 한분야에서 두드러진다고해도 다른분야가 처지면, 처진 그 분야의 수준이상으로 올라서기가 어렵다.
그림은 미국·일본·서독·영국·프랑스등의 종합과학기술력을 1백으로 했을 때 미·일·서독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종합과학기술능력은 특허등록건수, 제조업의 총부가가치액, 기술집약제품의 수출액, 기술수출액, 기술무역액, 연구비, 연구원수등 8개항목을 각기 1백%로 잡아 평가한것이다.
미국은 60내대후반에 비해 10년후인 70년대후반에 8개항목 모두가 줄어, 5개국중 차지하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저하됐지만 아직도 기술수출액에서는 60%라는 위치를 차지하고, 연구원수에서도 50%를 넘고있다.
기술대국이라는 일본은 60년대후반에 비해 70년대후반에 연구자수·특허건수등이 큰폭으로 늘어났지만 5개국중 앞선 분야라야 2O%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서독은 60년대후반이나 70년대후반이나 거의 비슷한 수준이어서 기술집약제품의 수출액, 특허등록건수에서 약 30%의 비중을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미국의 비중저하가 일본의 비중증대로 바뀌었다고 볼수있다.
우리나라가 이런지표에서 적으나마 폭을 갖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과학기술인만이 아니라 전분야에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끝><최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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