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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비즈니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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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스페인의「이사벨라」여왕은 흔히 세계 최초의 벤처 캐피털리스트라는 소리를 듣는다.
일확천금의 위험적인 사업에 투자한 사업가라는 것이다. 같은 뜻에서 대서양을 건너 미지의 신대륙을 발견한「콜룸부스」는 현대 벤처 비즈니스맨의 선구자다.
지금 미국에서는 규모는 작지만 고도기술을 무기로 장래성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벤처(모험) 비즈니스다. 기술은 있어도 돈이 없는 벤처 비즈니스에 투자해서 이를 육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벤처 캐피틀(모험 자본)도 붐이다.
미국의 포천지는『벤처 캐피틀이 너무 많은가?』(82년10월4일)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을 정도다.
실제로 벤처 캐피틀의 투자는 최근 놀랍게 증가했다. 1980년 6억6천l백만 달러에서 81년엔 8억7천1백만 달러, 그리고 82년엔 상반기만도 7억6백만 달러였다.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의료기기, 컴퓨터, 데이터 통신, 자동화 설비 등의 벤처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미국인들이 이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17세기에 그들은 거센 대서양의 파도를 넘어 신대륙을 향해 배를 몰아 나갔다. 메이폴라워호 정신이다.
미국의 역사는 개척의 역사였다. 개척정신은 프런티어 정신이다.
세계 최초의 벤처 비즈니스를 설립한 것도 그들이다. 46년「휘트니」사다.
그것은 대재벌들의 출자였다.
하지만 58년엔 중소기업들의 SBIC(Small Business Inve-stment Company) 가 설립되어 작은 모험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벤처붐은 전통적인 개척자 정신이 고도산업 사회 구조로 가는 전환기에 다시 맹렬히 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벤처 캐피틀 회사는 미국 전역에 6백66개를 넘고 있다.
투자효율이 높다는 것도 한 이유다. NASDAQ 제도의 힘도 컸다. 컴퓨터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주식을 일반 투자가가 손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제도다.
벤처 비즈니스의 하나인 퍼스트센추리 파트너 사는 설립 12년 사이에 연평균 투자 수시율이 45%였다. 미국의 벤처 캐피틀 저널지는 벤처 캐피틀로부터 자금을 얻고 있는 1백개사의 주가가 73년1월을 1백으로 할때 82년 12월말에 7백15·3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시점에서 미국의 상장 5백 대기업은 l백40·6의 주가지수를 나타냈을 뿐이다. 물론 벤처 비즈니스의 위험도 있다. 가장 성공한 벤처캐피틀인 클라이녀퍼긴즈사도 설립 당시 18개 기업에 투자했으나 7개는 실패였다.
하지만 모험투자가는 거기에 좌절하지 않는다. 국경을 넘어 해외 투자도 서슴지 않는다.
81년 설립된 한국의 벤처 캐피틀「한국개발투자」에도 외국의 자본 참여 제의가 잇닿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틀이 한국이라고 없으란 법은 없다. 우리도 분명 진취적인 민족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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