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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종합 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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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H상사 무역부차장 김석범씨(42)를 직원들은「종합 검진센터 세일즈맨」이라고 부른다.
대화 도중 질병 얘기만 나오면 느닷없이『중년층이라면…』하며 종합검진의 필요성과 편리함을 역설하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속쓰림으로 고생하던 김씨는 처음엔 업무관계로 하루가 멀다하고 마셔대는 술이 원인이라고 자기 스스로를 진단, 통증이 심할 때 약 봉지를 꺼내먹는 미봉책만 써왔다. 대학재학 때 만능 스포츠맨 이었던 그는 건강만은 자신이 있었던 것.
그러나 속 쓰림이 점점 심해지자 지난해 9월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가 종합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았다.
김씨는 내친 김에 종합 건강진단을 받았다. 검진 결과 초기 위궤양 증상과 모든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고지혈증(고지혈증)이 발견됐다.
담당의의 처방에 따라 식이요법을 겸한 치료로 위궤양은 완쾌됐고 고지혈증은 회복단계에 있다. 종합검진의 신통력을 단단히 맛본 셈이다.
그로부터 김씨의 권유로 종합검진을 받은 사람만도 직장 동료 6명을 포함, 20여명.
같은 회사 무역부 과장 한기복씨(36)는 김씨 덕분으로 까맣게 모르고 지낼 뻔한 B형 간염아 판명돼 휴직원을 내고 1개월간 입원치료한 뒤 경북 달성 고향집에서 요양중이며 영업부장 김종수씨(44) 는 만성기관지염으로 진단돼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한달 전에 예약해야>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만원이다.
특히 간염과 고혈압·당뇨병·암 등을 체크하려는 중년들이 많이 몰려 센터마다 2주∼1달 분의 예약이 밀리고 있다.
서울에는 고려병윈을 비롯해 강남성모 병병·성바오로 병원·정 건강관리소 등 4곳과 부산의 메리놀병원·침례 병원 등 전국에 6개소의 전문 종합건강 진단 센터가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검진 시스팀은 72년1월 설립된 정 건강 관리소가 효시.
이전까지만 해도 종합검진은 4∼7일씩 종합병원에 입원, 각과별로 검진을 받아야 하고 인내를 필요로 했던「인간도크」형 검진형태. 검진기간과 1백만원 내외의 경제적 부담으로 일반인과는 거리가 먼 일부 부유층만의 전유물로 경원시 되기도 했다.
그러나 컴퓨터의 등장으로 종합검진의 대중화가 개막돼 3시간이면 몸 구석구석의 이상유무가 확연히 드러난다. 각 검진 센터의 검진능력은 1일 30∼35명선.
검진료도 1인당 20만원 선으로 끌어내렸다.
검사 내용은 검진 센터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소·대변검사,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위장, 가슴 X선 촬영, 치과검진, 체중, 신장 및 비만도 측정, 심전도검사, 폐 기능 검사, 시력 색각 및 청력검사, 안압 및 안저 검사 등이다. 여성은 자궁암과 유방암 촬영이 추가된다.
검진과정에서 병력과 체질 등 일반사항 1백33개 항목을 컴퓨터의『예, 아니오』로 답하는 문진이 있어 검진결과가 나오면 담당의가 문진 내용을 훑어보고 종합 판정을 내리고 영양상담도 해 준다.
종합건강 진단센터의 이용자는 대부분 열심히 뛰다가 생활에 여유를 갖게돼 건강에 관심을 돌린 30대 중반에서 40대 연령층.
고려병원 종합 건강진단센터가 81년4월22일 개원 때부터 작년10월31일까지의 이용자 6천8백77명을 집계한 연령층 통계는 30∼49세까지가 70·6%, 남녀 비율은 2대1이었다.

<1인당 20만원정도>
최근 들어서는 종합건강 진단센터의 이용 층이 다양해져 회사의 직원 복지후생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약혼·결혼기념·생일기념·계모임·효도검진 등도 나왔고 해의 취업자는 입· 출국 때 종합검진을 받기도 한다.
79년 이전까지 흥청망청 뿌려지던 기업의 접대비가 경기 불황과 함께 절약형으로. 바뀌면서 외국 바이어의 접대에 종합검진이 이용되기도 한다.「자레」씨(39·리비아인)는 A물산 해외사업부 대리 김안호씨(32)가 초청한 바이어-.
키에 비해 비대해 보이는 그는 종합검진 접대를 받은 후『원더풀』을 연발, 까다롭던 상담이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10만 달러의 섬유류 구매계약에 서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이후 4명의 외국 바이어를 종합진단으로 접대, 60만 달러의 계약을 따냈다며『외국인에게는 술 접대보다 종합검진이 최대의 호의로 받아들여지고 건실한 상대란 인상을 심어주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말 K종합 건강 진단센터를 찾은 30대 초반∼40대 중반의 주부 8명은 계모임으로 종합검진을 받은 케이스.
강원도 태백시에 사는 이들은 계를 모아 분기별로 전국의 관광지와 온천지를 다녔으나 이번엔 1박2일 코스로 서울에와 종합검진을 했던 것.
또 지난달 26일 결혼한 최일곤씨(28·회사원)와 김정진씨(24) 부부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내일의 설계를 서로의 건강에서 시작하자』며 함께 종합검진을 받았다.
K병원 종합건강진단센터 수간호원 서선애씨(26)는『오늘에만 집착하던 우리 사회가 내일에 대해 눈올 돌릴 만큼 여유를 갖게되면서 종합검진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 같다』며『수진자들도 자신의 건강을 확인하는 모습에서 간호원으로서의 또 다른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바이어 접대에 한몫>
S병원 종합 건강 진단센터 행정과장 김영숙씨(47·여)는 종합검진의 대중화 추세를『병이 나야 병원을 찾던 관행은 옛날이고 최근에는 내가 건강하고 그 건강을 유지함으로써 사회와 국가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건강에 대한 정의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종합 검진의 결과라고 해서 무조건「알라딘의 램프」식의 과신은 금물.
종합검진은 통계학적으로 발병률이 높은 악성질환의 발견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골관절 질환이나 뇌의 기질성 질환, 갑상성 질환은 간과되기 쉽다는 약점도 있다. 또 이용자 입장에서는 일부 병원이긴 하지만 지나친 재검 요구도 고충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용자는『1온스의 예방이 1파운드의 치료보다 효과적』이라는 영국의 속담을 마음속에 지니고 가벼운 마용으로 종합검진에 임해야 할 것 같다.<엄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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