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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도서, 너무 비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서 등 외국서적 전문 서점들의 가격 담합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지구의 일본서적 전문 서점들이 5대l의 환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고 양서 전문서점들도 1천대1의 환율을 적용하는데 대한 문제다.
이는 1차적으로 공정 거래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당연히 당국의 규제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담합 행위 자체의 문제 외에도 외서 수입상의 과도 이익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업자들이 이익의 폭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서 매출환율을 공정환율 보다 평균 40%이상 더 받는다든가, 해외에서 원서를 수입할 때 출판사로부터 정가의 20∼30%에 해당하는 할인을 받고 이를 그대로 이익으로 취한다는 것의 문제다.
이익 추구는 물론 외국서적 취급 업자들이라고 해서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로써 문제가 되는 것은 외서 값이 부당하게 비싸지는데 있다.
수인 외서의 판매가격 상한은 원가와 운임을 더한 값에 30%까지 마진을 붙일 수 있도록 문공부령으로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업자들은 그 규제를 벗어나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에도 그 문제는 제기된 바 있었다.
외서 값이 비싼 때문에 이를 필요로 하는 교수, 대학생, 일반인들의 외서 구독은 고통스런 것이 되고 있다.
적지 않은 학비를 조달해야하는 대학생들이 비싼 외서를 구입하는 것이 힘드는 일이라는 것은 넉넉히 짐작되는 일이다. 일반 연구비나 봉급에서 비싼 외서 구입비를 쪼개 써야 하는 교수들의 입장도 좋은 것은 아니다. 더우기 오늘날과 같이 기술혁신과 정보화 사회를 지향하는 시대에 하루라도 빨리 외국의 최신 지식과 정보를 섭취해야하는 일반 기업들에서도 비싼 외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국가적으로는 학문 연구의 위축이라는 심각한 문제와도 연관되는 일이다.
물론 그 동안에도 외서 수입에 커다란 확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72년에 일서 26만7천권, 구미도서 19만7천권 이었던 것이 81년엔 일서 1백4만1천권, 구미도서 50만5천7백권으로 10년 사이에 거의 3배가 늘고 있다.
그 많은 외서를 수입하는데 드는 비용도 엄청나리라고 생각된다. 일서 수입에만 1년에 60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외서 수입시장이 결코 작지 않은 것이며 수입상의 이익도 결코 미미한 것이 아님을 뜻한다.
그들이 과도한 이득을 취하면서 국내 독자들에겐 과도한 부담을 강요한다면 국내 학술 문화발전에 대한 기본적인 공헌, 노력은 도외시한다는 비관도 받을 수 있다.
물론 업자들도 할말이 있을 것이다. 외국서적 수입에 따른 수수료, 보험료, 통관비, 운송비 등 여러 비용의 문제를 너무 무시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또 공정환율은 변하는데 매출환율은 고정되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수입도서의 지불조건은 불리해지고 책도 단기간에 모두 팔리는 것이 아니라서 위험부담도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들을 감안해도 외서의 값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그것이 전체적으로 국내 독자들을 지나치게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어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외서 값 누제에 대한 당국과 업자들의 노력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우선 업자들은 불공정 거래의 한 형태인 가격담합을 풀고, 정부가 규정한 한도의 이익을 지켜주어야겠다.
그것은 상인의 윤리를 바로 잡는 첩경일 뿐 아니라 독자들이 보다 싼값에 외서를 사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문화사업의 서비스 정신면에서 바람직하다.
또 당국으로선 점해진 법규를 철저히 지키는데 관심을 두어야할 뿐 더러「비싼 외서 값」이 전체적으로 우리 문화 학술 향상에 얼마마한 장애가 되는가를 검토해서 그에 대한 대처방안도 강구해야겠다.
비싼 외서를 귀중한 외자를 막대하게 투입해서 사들여야 하는 것은 외국 정보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될 우리의 입장으로선 불가피한 일이겠으나 좋은 책의 수입에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저질 도서의 수입을 견제하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비싼 외서 값에 대항해 해적복사판이 나돌 수밖에 없는 현실도 정부로서는 심각하게 따져봐야겠다.
외서 값을 낮추는데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한번 검토해야겠고 수입 절차상의 장애가 크다면 그것도 제거해 주어야겠다.
외서 값을 싸게 공급하는 문제의 해결이 우리 국가 발전에 크게 연관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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