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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관련 기업들 '허리케인 특수' 눈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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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물 빠진 뉴올리언스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뉴올리언스시가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물에 완전히 잠겼던 서부지역 모습(上.8월30일)과 11일 물이 빠진 뒤 같은 지역을 촬영한 사진(下.9월11일)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뉴올리언스 AP=연합뉴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 복구공사를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관련 있는 기업들이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재난 당국은 '신속한 복구를 위해'라는 이유로 대부분 정식 입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을 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전.현직 고위 관리 출신을 로비스트로 내세워 '카트리나 특수' 잡기에 혈안이다. 2003년 이라크전 직후 재건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일었던 정실 개입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현재 카트리나 복구 비용으로 두 차례에 걸쳐 623억 달러(약 63조원)의 예산을 승인했다. 이라크 재건사업(203억 달러) 때보다 세 배나 많은 액수다.

◆ 부시 전 선거참모가 로비스트=로이터.뉴욕 타임스 등에 따르면 10일까지 뉴올리언스 지역 복구공사를 따낸 업체들은 쇼 그룹, 켈로그 브라운&루트, 벡텔 등 3개 사다. 쇼 그룹은 8일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공병대로부터 각각 1억 달러어치의 피해 가옥 재건사업을 수주했다. 켈로그 브라운&루트는 9일 국방부와 루이지애나.미시시피주의 해군 기지들을 재건하는 5억원어치의 5년짜리 공사 계약을 맺었다. 이 공사를 따기 위해 두 회사는 조 앨보라는 사람을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앨보는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로 근무하던 시절 비서실장이었고,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과 더불어 2000년 대선 캠프의 핵심 참모였다. 앨보는 2001~2003년 FEMA 청장을 지내기도 했다. 게다가 켈로그 브라운&루트는 딕 체니 부통령이 5년간 최고경영자로 일했던 군수업체 핼리버튼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벡텔은 FEMA로부터 피해 가옥과 미시시피강 둑 재건에 관한 계약을 따냈다. 벡텔의 라일리 벡텔 회장은 대통령 직속 수출자문위원회 위원이다. 핼리버튼과 벡텔은 이라크 재건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각각 17억 달러, 10억 달러의 프로젝트를 따내 특혜 의혹을 샀었다. 역시 FEMA 청장을 지낸 제임스 리 위트도 재난경보시스템 제조업체와 이동통신 장비회사 등을 위해 로비스트로 뛰고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 교통부 부장관을 지낸 커크 밴 타인도 최근 핼리버튼사에 로비스트로 고용됐다.

◆ "정실 인사가 행정 기능 마비시켜"=한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2일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측근을 주요 관직에 임명하는 부시 대통령의 인사 태도가 행정기관들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치적 인사 탓에 환경보호국(EPA).식품의약국(FDA) 등의 전문가들의 조직 이탈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카트리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구호작업 지휘권을 빼앗긴 마이클 브라운 FEMA 청장이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장관이 된 존 스노 재무장관 등이 정실 인사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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