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링지화 부인, 내연남과 일본 밀항하려다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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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지화(左), 구리핑 [사진 중앙일보DB]

링지화(令計劃·58)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의 부인인 구리핑(谷麗萍·57)이 24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일본으로 밀항을 시도하던 중 내연남과 함께 체포됐다고 25일 중화권 매체 명경망 등이 보도했다.

지난 19일에는 베이징대 교판기업(校辦企業·학교기업)인 베이다팡정(北大方正) 그룹이 운영하는 베이다보야(北大博雅) 호텔에서 그룹 수뇌부를 체포하려는 공안과 폭력조직의 행동대원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홍콩 경제월간지 ‘아주재경(亞洲財經)’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19일 새벽 공안 체포조는 구리핑의 내연남인 리유(李友·46) 그룹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웨이신(魏新), 위리(余麗), 리궈쥔(李國軍) 체포를 시도했다. 이 때 돌연 검은 옷을 입은 폭력조직의 행동대원 십여 명이 나타나 체포를 막았다. 이 사이 리유는 비밀 통로를 통해 탈출에 성공했다. 이 사실은 지난 8월 베이다팡정과 자회사인 증권사를 합병한 이후 분쟁 중인 투자자문사 베이징정촨(北京政泉)홀딩스도 24일 공식 성명을 통해 폭로했다.

보쉰(博訊)에 따르면 당시 구리핑도 리유와 함께 호텔에서 링지화가 고향인 산시(山西)성 출신 기업인들과 맺은 관상동맹(官商同盟)인 ‘서산회’ 연루 증거를 어떻게 파기할 것인지 논의 중이었다. 무사히 현장을 탈출한 구리핑은 24일 리유가 마련해 준 일본 신분증과 안가(安家)의 주소를 갖고 도주하던 중 체포됐다.

베이징대 분교 법학과를 나온 구리핑은 2008년까지 전국 조직인 중국청소년궁협회 당서기를 맡았다. 2003년에는 공익 펀드인 ‘중국청년창업국제계획(YBC)’을 설립해 총간사(회장)로 활동해왔다.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링지화가 정협 부주석으로 좌천되자 2013년 초 아들 링구(令谷)가 페라리 교통사고로 숨진 1주기에 맞춰 총간사직에서 물러났다. YBC는 알리바바·텐센트·레노버 등 11개 대기업이 이사로 참여했다. 구리핑과 내연 관계로 알려진 중국 중앙방송(CC-TV)의 앵커 루이청강(芮成鋼·37)의 간첩혐의를 처음 보도한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는 24일 ‘구리핑의 정상(政商) 네트워크’란 탐사기사를 통해 IT·문화·청소년·교육 등 구리핑의 전방위 부패 행각을 폭로했다.

‘서산회’는 링지화가 2007년 조직한 사조직이다. 산시성 출신의 당 중앙위원 혹은 중앙후보위원과 동향 기업인으로 결성됐다. 이미 낙마한 선웨이전(申維辰) 과학기술협회 당서기, 천촨핑(陳川平) 타이위안(太原)시 전 당서기 등이 핵심 인사였으며 팡정의 리유는 자금줄을 맡았다. 구리핑의 아들 링구는 사망하기 전 ‘서산회 2세 클럽’에서 활동했다.

중국 신경보는 26일 베이다팡정그룹이 25일 성명을 내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는 소식을 베이징정촨홀딩스의 주장과 나란히 보도했다. 공교롭게 난투극이 벌어진 베이다보야호텔은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56)의 영국 기업인 독살을 계기로 낙마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의 후원자였던 쉬밍(徐明) 다롄스더(大連實德)그룹 회장이 체포됐던 장소다.

신경진 기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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