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화제] 폐교 위기서 도시민 선망 학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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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용산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 김 에릭(오른쪽)씨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다. 송봉근 기자

김지예(9.2년)양은 "외국인 강사 수업을 받으니 영어학원에 다녀야 할 시간과 경비를 절약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낙동강변 농촌에 자리잡은 이 학교가 원어민 영어 수업 등 독특한 교육으로 도시학생들이 유학 오는 학교로 바뀌고 있다.

이 학교는 2003년 재학생 39명으로 폐교 위기까지 몰렸으나 지금은 3배쯤 늘어난 111명이 됐다.농업이 번창하던 1970년 320명을 고비로 줄어든 것이다.

이들 중 40%만 학교주변 마을 출신이며 60%는 20㎞쯤 떨어진 삼계동,어방동 등 김해시내서 유학온 학생들이다. 50여명이 전학 오려고 대기하고 있다.

이 학교는 2002년 9월 부임한 최용진(57) 교장이 학교살리기 운동을 본격 전개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최 교장은 "폐교시킬 수 없다"며 외국인 강사부터 채용했다.외국인 강사 수당을 마련하려고 야간 경비원을 내보내 경비를 아꼈다.

대신 부산이 집인 그가 관사로 이사,순찰 등 경비일을 맡았다.

교장의 노력에 감동한 동창회(회장 박명규)가 연간 후원금 3000여만원씩 모아 학교측에 전달하기 시작했다.학교측은 이 돈으로 무선 인터넷을 갖춘 노트북과 PC,오카리나와 리코드 등 악기를 구입하고 강사비에 보태고 있다.

덕분에 노트북 16대,PC 100대 등 모두 116대의 컴퓨터로 1대1 컴퓨터 활용수업이 가능해졌다.

강촌 학교의 특성을 살린 '튼튼한 어린이'프로그램도 독특하다.전교생과 교사들이 매일 오전 10시50분 부터 30분간 학교 주변을 달리고 매주 2회 태권도 수련을 한다.

1,2학년은 운동장을 달리지만 고학년은 학교 주변 마을을 4㎞쯤 달리며 주민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달리기로 아토피성 피부병이나 비염을 앓는 학생들의 건강이 좋아지자 난치병을 앓는 학생들도 전학을 왔다.

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특기적성 교육은 모두 11가지.졸업때까지 워드프로세스 3급,한자 6급 자격증을 딴다.매주 책을 한권 이상 읽고 감상문을 써내야 한다.식당앞에 '독서사랑방'을 만들어 1300여권을 책을 비치해 뒀다.내년에는 중국어 강좌도 개설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몰려오면서 교실이 부족해지자 교장실을 교실로 내주고 창고를 교장실로 사용하고 있는 최 교장은 "시골학교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내실있는 교육을 펼친다면 농촌학교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김해 용산으로 오면 즐거움의 연속이다'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복도에 전시한 도자기에 적혀 있는 글귀다.

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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