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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부산에서 스타로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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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7년 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이란 영화 '고요'였다. 국내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낯선 나라의 낯선 영화였다. 게다가 연출을 맡은 모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15세 때 팔라위 왕정에 반대하는 이슬람 지하조직을 결성한 무장 게릴라 출신이었다. 수감 생활을 거치며 그는 '총' 대신 '카메라'를 택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혁명 대신 예술의 깃발을 내걸었다.

망설임 끝에 극장에 들어선 영화제 관객들은 찡한 가슴을 움켜쥐고 극장을 나서야 했다. 그리고 2003년 마흐말바프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선정한 '제1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젠 국내 관객들에게도 이름이 꽤 알려진 스타 감독이 됐다.

중국의 장이머우(張藝謨) 감독과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이 이구동성으로 '가장 주목할 중국 6세대 감독'으로 꼽는 자장커(賈樟柯)도 부산영화제가 낚은 '대어'다. 그는 중국 당국의 검열을 거절하고 불법으로 영화를 만드는 소위 '지하전영'에 속한 감독이다. 중국에서 상영 금지된 그의 데뷔작 '소무'는 1998년 부산영화제를 통해 존재를 알렸다. 그리고 그해 관객상을 받았다. 이후 '소무'는 유수한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그의 두 번째 영화 '플랫폼'은 2000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평론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발탁한 스타는 그뿐만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세디그 바르막 감독도 부산을 통해 얼굴을 알린 경우다. 그의 작품 '오사마'는 탈레반 정권 이후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첫 아프가니스탄 영화였다. 이 작품은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과 배우 설경구도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초록 물고기'에 이은 이 감독의 두 번째 작품 '박하사탕'은 99년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었다. 영화제 초창기 공식 슬로건이었던 '영화의 바다로 오세요'를 지은 사람도 이 감독이다.

'부산영화제가 발견한 보석' 설경구는 신인 시절에 찍은 '박하사탕'외에도 '송어''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유령' 등 출연작 네 편이 그동안 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은 데뷔작 '악어'부터 최근작 '활'까지 모든 작품이 부산영화제에 초청됐다.

'비정성시'의 대만 감독 허우샤오셴도 부산과 연이 깊다. 2001년에는 심사위원장도 맡았다. 그의 신작 '쓰리타임즈'는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처음(개막작) 관객들과 만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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