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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혁 서울대총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입학과 졸업의 계절-.
대학들도 내일 모레면 졸업생을 내보내고 잇달아 엊그제 뽑은 신입생을 맞아들여야 한다.
새싹이 움트는 새봄에 수확의 가을을 함께 맞고있는 캠퍼스.
관악산허리에 자리잡은 서울대캠퍼스 집무실에서 권이혁 총장은 그런 저런 일로 상념에 젖어있었다. 방안에 사람이 들어서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입학·졸업식사를 구상중이라고 했다.
이번에 치른 대학입시로 말문을 열었다. 전하의 준재를 얻었다고 생각하는지-.
권 총장은 입시정책에 관한 한 말할 입장에 있지 않다는 단서를 조심스럽게 붙이면서 1개 대학 단수지원으로 이전보다는 상당히 발전한 것 같다고 했다. 서울대의 경우 및 학과에 예외는 있지만 무난하게 치러진 것 같다는 것이다. 고득점자가 많이 몰렸지만 일부학과가 그들로부터 외면 당했던 사실이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당장의 인기학과에만 몰리고 있는 것은 긴 안목에서 볼 때 문제가 있어요.』 모든 분야에서 아쉬워하는 아까운 인재들이 특정 분야에만 몰리고 더욱 중요한 분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몇 점이면 무슨 학과라고 도식을 정해놓고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를 규정하는 입시 풍토는 개인이나 대학은 물론, 국가사회를 위해서도 장래를 생각하는 입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령 수학 같은 기초과학분야나 농학에 우리 젊은 영재들의 관심이 적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먼 눈으로 볼 때 보다 중요한 기초과학과 기본산업 분야에 젊은 영재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이번 입시도 남겨줬다고 했다. 『일단 대학에 들어오면 더욱 열심히 공부하도록 해야지요. 대학은 계속 발전하는 곳입니다. 학문적으로 발전해야하는 곳이고 인간으로 성숙해야하는 곳입니다.』 새 제자를 맞아들이는 권총장의 면학론은 공부가 대학의 처음이자 끝이라는 결론이다. 젊은이의 공부하는 정도에 우리의 장래는 달렸다고 했다.
요즘 도서관에서 초만원을 이룬 젊은이의 학구열을 보며 우리 사회의 밝은 앞날을 보는 것 같다고 권 총장은 흐뭇해했다. 일전 권 총장은 도서관을 둘러보고 어떤 학생에게『방학중인데 놀지 않고 매일 도서관에만 묻혀 있느냐. 딴 짓하는 게 아니냐』고 우정 물어 봤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3년간 공부를 총 정리하고 졸업 때 본때 있는 논문하나 쓰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해 얼마나 믿음직스러웠는지 모른다고 했다.
권 총장이 짐짓 물어본 「딴집」이란 「학원소요 음모」쯤 됐고, 학생의 대답은 전혀 엉뚱한 것으로 요즘의 면학분위기를 보여줬다. 서울대총장으로서의 욕심은 그러나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한사람 빠짐없이 모두가 그래줬으면 하는 소망이다.
『세계 속의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 이 우리대학의 목표라면 아직도 만족할 상태에 왔다고는 생각지 않아요』우선 모든 학과의 강의내용과 질을 그런 수준에 올려놓고 말겠다는 것이 새 식구를 맞는 권총장의 욕심이다.
먼저 교양과정을 부단히 개혁, 인간교육과 학문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했다. 「시키는 공부」를 하고 들어오는 새 식구들이 「찾아서 하는 공부」를 하도록 내용은 물론 강의방법도 개혁해나갈 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공부벌레」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새 학기부터 서울대생은 누구나 하나의 스포츠를 할 수 있도록 체력단련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튼튼한 체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대학 때 농구를 해 후보선수까지 됐던 권 총장의 대학시설 스포츠예찬론은 면학론 이상으로 길었다.
『캠퍼스를 떠나면서 스스로 값진 대학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성공적으로 젊음을 보낸 사람입니다.」서울대를 떠나는 젊은 졸업생들이 얼마나 만족하게 대학을 떠나는지-.
권 총장은 새봄에 제자들을 내보내면서 어린이를 문밖에 내놓는 심정인 듯. 『이성의 힘을 믿어라』 『사회에 나가면 대학에서 느끼지 못한 갈등을 느낄 수 있다. 그 동안 대학에서 쌓아올린 인간성으로 이를 극복하라』고 타일을 참이다.
정기자 여사(54)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둔 권 총장은 일요일이면 외손들과 교외에 나가 피크닉을 즐기는 것이 가장 큰 취미다.

<약력> ▲23년 김포출신(60) ▲47년 서울대 의대졸업 ▲56년 미네소타대장 보건대학원졸업 ▲60년 서울대 의학박사 ▲56∼65년 서울대 의대교수 ▲67년 세계학술원 회원 ▲70년 서울대 의대학장 ▲76년 서울대보건대학원장 ▲79년 WHO서태지역보건연구위원장 ▲79년 서울대병원장 ▲80년 서울대 총장 ▲81년 학술원회원(예방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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