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친구들의 마지막 순간 … 소설로 담아낸 진도고 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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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비전』을 펴낸 진도고 학생들. 조항찬군(앞줄 맨 왼쪽)·하봄양(앞줄 왼쪽에서 셋째)·허보람양(뒷줄 왼쪽에서 셋째)은 세월호 사고 관련 소설을 썼다. [사진 진도고]

세월호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군의 고교생들이 세월호를 소재로 한 소설을 썼다.

 진도고 1학년 허보람(16)·하봄(16)양과 2학년 조항찬(17)군 등은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슬픔에 빠진 유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각각 40~50쪽 분량의 소설로 담아냈다.

 허보람양이 쓴 『아버지의 일기』는 실제 어부인 자신의 아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참사 이후 자원봉사자로 변신한 아버지와 이웃 주민들의 삶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생업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겪는 생활고와 자식들의 학비 부담 등 어려움을 가족애로 이겨내는 따뜻한 모습이 그려진다.

 하봄양의 『아침바다』는 상상력을 동원해 배 안에 남은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그린다.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배 안에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공포와 불안감·혼란 등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단원고가 있는 경기도 안산시에서 살다 지난해 진도고로 전학온 조항찬군은 『카톡』이란 제목의 글을 엮었다. 사고를 전후해 고향 친구들과 나눈 카톡 대화를 통해 떠나간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들 소설은 진도고의 인문학 책쓰기 동아리인 ‘명량한 진도’가 펴낸 『진도비전』에 수록됐다. 동아리 학생 12명이 진도의 역사·문화를 소개하는 글을 모은 인문총서다. 400여 쪽의 책은 ‘시간의 지도’라는 부제를 붙여 진도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을 연대기별로 재구성해 싣고 있다. 진도 설화부터 항몽 깃발을 올린 삼별초,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명량해전의 무대 울돌목, 유배 온 선비들, 한국전쟁, 진도견 백구 등 다양한 얘기가 수록 돼 있다.

 학생들은 공부 틈틈이 짬을 내 동아리 모임을 갖고 책을 준비했다. 매주 토요일 3~4시간씩 함께 모여 서로의 작품을 강독하고 비판하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강은수 지도교사는 “우리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누구든 알기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학생들이 직접 만든 책”이라며 “특히 세월호에 대한 세 편의 소설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충격적인 사건을 정리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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