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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설 오른 법원내 비공식 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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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는 8~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 내 비공식 모임들에 대해 뼈 있는 말들을 던졌다.

진보적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에 대해선 "법원에 이런 단체가 있어선 안 된다. 젊은 판사들은 모르겠지만 부장 판사 등 연장자들은 탈퇴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서울 법대 출신 위주의 '민법판례연구회'와 관련, 그는 "순수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 어떤 모임들이 있나=법원 내 모임은 판례.법 등을 공부하는 각종 연구회가 중심이다. 연구회는 '민사판례연구회' '형사판례연구회' '의료법 학회' 등 자생적 모임과 법원 주도로 만들어진 연구회(10여 개)로 나뉜다.

연구회에는 판사 외에도 법학 교수.변호사.해당 분야 전문가 등 외부 인사도 참여한다. 운영 방식은 한두 달에 한 번씩 발표 모임을 갖고 성과물을 책자로 펴내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법 연구회'는 이례적으로 정치적 색채가 짙다. 1988년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대북송금 특검보를 지낸 김종훈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 모임은 참여정부 들어 회원 다수가 요직에 진출해 주목을 받았다. 이런 평가를 의식한 듯 김종훈 변호사와 박범계(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변호사, 이광범 광주고법 부장판사는 이 후보자의 발언을 전후해 모임을 탈퇴했다.

이 밖에 판사들 중심의 소규모 친목 또는 지역 모임이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한다.

◆ "변호사.업자와의 불필요한 만남 피해야"='우리법 연구회' 소속의 한 판사는 이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순수한 열정으로 모인 모임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의료법 학회' 소속의 한 판사는 "연구회는 대부분 법률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일부 오해 때문에 활동을 못한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모임에서 변호사들이 활동한다는 점에서 이 후보자의 경고도 일리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판사가 개업을 해도 각종 모임의 회원 자격을 아무 제한 없이 유지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같은 모임의 회원인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했을 때 판사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해관계가 있는 외부 인사와 어울리는 '부적절한 친목 모임'은 정리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판사의 권위는 순수성이 생명"이라며 "변호사.업자 등과 불필요하게 만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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