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 국회의 모델…「유럽5개국회의」견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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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제5공화국의 국회제도를 지난 30여년동안과 구별되는 큰 특징으로는 의원의 겸직허용, 하오개의, 상임위의 예산심위권 불인정, 엄격한 본회의 발언시간 제한, 상임위중심의 국회운영등이 꼽힌다.
○…과연 법적으로 국회의원의 겸직을 허용하는건 유럽의의의 대세였다.
지난 2주동안 돌아본 영·불·화·독·이 5개국 의회는 특정한 에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의원의 광범한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1년의 정반정도를 회의에 몰두해야하고 남은 시간은 지역구활동과 연구조사에 쪼개써야하기 때문에 실제로 겸직을 하는 경우는 많지않았다.
프랑스의 경우는 의원대부분이 자기선거의 기반인 소·중·대규모의 고향시장이나 지방의회의원을 겸하지만 그밖에 법적으로 허용된 사기업 임직원등 다른 직책을 겸하는 사람은 적었다.

<겸직엔 세비공제도>
영국·서독·네덜란드의 경우도 그야말로 명예직이나 1년에 몇번 회의에 참석하는 정도의 가벼운 겸직외에는 겸직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의원이 겸직을 할 경우 다른 직업에서 받는 보수의 반에 해당하는 액수를 의원세비에서 공제까지 하게 되어있다.
사실상 겸직하는 사람이 적기때문에 의원들의 겸직과 관련된 사리추구를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적으나 영국만은 독특한 장치를 갖추고있다.
영국의회는 매년 1월 의원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부동산·단체등의 명단을 수록한 『의원들의 이해관계등록』 이란 책자를 발간하며, 또 의원들은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에 대해 발언을 할 경우 사전에 그런 사실을 신고하고 표결에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이 겸직문제와 관련이 깊은게 의원의 세비다. 그런데 서독의 경우 평의원은 대개 정부의 차관보∼국장급의 본봉을 받는다.
하원의원의 연봉은△영국1만3천1백50파운드 (1천6백70만원), △프랑스20만4천프랑(2천3백50만원)△서독9만마르크(3천만원)△네덜란드10만길더(3천만원)△이탈리아3천만리라(1천7백만원)로 매달 1백50만∼2백50만원을 받는다.
이밖에 연구수당·직책수당·주택수당등의 제수당과 교통비·우편료면제및 연금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정도의 보수로 충분하냐는 질문에 대부분 『빠듯하다』든가『부족하다』는게 의원및 의회관계자들의 응답이었다.
○정·의회의 개의시간은 영국과 프랑스는 우리처럼 하오회의를 원칙으로 하고있다. 야간회의도 상례로 되어있다.
영국은 월·화·수·목요일 하오2시반에 개의해 대개 10시정도까지 회의를 하며 의제에 따라 새벽까지 가는경우도 많다. 다만 금요일만은 상오9시반에 개의해 하오3시에 회의를 끝낸다. 이중 매일 개의초 1시간을 대정부질의 시간으로 정해놓고 있는데 수상은 화·목요일 하오3시15분에 정례적으로 질문을 받는다.

<영·불은 하오에 회의>
프랑스는 화·수·목요일 하오 3시∼7시반까지의 하오 회의와 밤9시반이후의 야간회의를 갖는다.
하오에 회의를 하는 이유에 대해「얼버트·로버트」 한영의원 친선협의회장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오랜 관례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영·불이 하오회의를 원칙으로 하고있는데 비해 독·화·이는 꼭 그렇지가 않다.
서독하원은 1주일중 3일간을 정식회의 날짜로 배정해 놓고 있는데 수요일은 상오9시부터 상임위, 목요일과 금요일은 각각 9시부터 본회의를 연다. 이중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하오1시께부터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대정부질의·응답을 하도록 되어있다.
역시 1주에 3일간 회의를 하는 네덜란드하원은 화요일만 하오2시에 열고 수·목요일은 상오10시15분에 개의한다.
이탈리아하원은 월요일에는 하오에만, 금요일에는 상오에만 회의를 열고 화·수·목요일에는 상·하오에 걸쳐 회의를 갖는다.
그리고 이들 모든나라 의원들은 주말·주초등 회의가 없는 때에는 선거구에 내려가 활동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수도출신 의원이외에는 수도에 집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란 얘기다.
○…의회의 의사진행이, 지극히 규칙적이란 점은 우리국회가 본받아야할 서구의회의 장점인 것같다.
대부분 서구의회는 개회초 전체회기에 다룰 의제와 총일정을 정하고 이에따라 월간및 주간일정을 다시정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이에따라 의사가 진행된다.
이들 5개국이 모두 의사규칙, 또는 확립된 관례에 따라 발언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독일·네덜란드 의회는 의제별로 전체 심의시간용 정해 우선교섭단체별로 발언시간을 배정하고 그안에서 소속의원별로 다시 발언시간을 배정한다.
교섭단체별로 발언시간을 배정할때엔 의석수를 참작하게 되어있다.
발언시간은 발언의 종류에 따라 5분에서 1시간까지 다양하나 보충질의의 경우에는 2분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하원은 법적으로 발언시간 제한은 없지만 20분을 넘지 않는게 관례다.
관례를 위반할 경우 따로 제재조치는 없으나 상당기간동안 의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영국하원을 방청해보니 대정부질의시간을 빼고는 집권당과 반대당간의 토론형식으로 회의가 진행되기때문에 1분을 넘지않는 발언이 많았다.
이탈리아하원에서는 통상적인 경우 본회의 발언은 교섭단체별로 1명씩이 나와 20분이내로 하게되어 있다. 물론 그러한 제한에는 다양한 예외가 있다.

<교섭단체별로 배정>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가 상임위에서는 발언시간에 상당히 융통성이있으나 실제로 연설조의 긴발언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은 장관만(불·이)또는 장관과 정무차관(독·화)만으로 제한되어있다.
다만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는 상임위답변의 경우 약간의 융통성을 주어 다른 장관보좌관들의 보충답변이 허용되어있다.
○…유럽5개국의 의회중 영국은 본회의 중심제라 할수있고 서독은 본회의의 기능이 강하지만 그밖의 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는 상대적으로 상임위가 중시되고있다.
영국은 아예 우리국회와 같은 성격의 상임위가 없다가 79년에 들어 각행정부처 별로 12개 선임위와 특정문제를 다루는 상임위를 두었다.
따라서 영국하원에서는 상임위의 예산예비심사라는 제도는 없으며 서독의회의 경우도 예산은 일반 상임위의 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이 두나라의 경우 예산심의는 본회의와 재정위 또는 예산위의 전담사항인데 의회심의과정에서 예산삭감뿐 아니라 증액도 가능하다.
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에서는 각상임위에 소관부처에 대한 제한적인 예산 예심권이 주어져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예산을 재정위에 총괄제출하고 각부처는 소관상임위에 부처예산을 제시해 정책적 측면의 검토를 받는다.
재정위나 일반상임위나 정부제출예산규모를 삭감은 하되 늘릴수는 없으며, 재정위가 예산실사결과를 종합심사해 본회의에 회부한다.
네덜란드 의회에서는 예산안을 상임위가 검토는 하지만 정책질의를 통해 문제점을 추출해 본회의에 보고서만 낼뿐 예산규모에 손을 댈 수는 없다. 예산규모의 수정은 본회의에서만 가능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일반상임위의 예산과 예산상임위의 종합심사를 모두 거치는데 의회는 예산의 삭감은 물론총액도 할수 있으나 정부제출 예산안의 총규모를 늘리지는 못한다.
이등 상임위를 중시
○…지난 2주동안 서구5개국의 의회를 돌아보면서 받은 인상은 제도와 운영의 측면도 측면이려니와 범세계적인 불황아래서 의회의 중요관심사도 역시 불황극복을 위한 제도의 마련과 시책의 촉구에 쏠려있다는 점이다.
지난19일 네덜란드하원을 방문했을때 그날의 본회의 의제는 조선공업에대한 지원문제였는데 한국등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조선국가의 출현으로 문을닫게된 조선회사 종업원의 실업사태를 막기위해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게 토의의 내용이었다.
또 최근에는 대부분의 의회들이 불황으로 인해 증대일로에 있는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리국회가 지난연말 재정적자를 줄이기위해 국민의 내국세부담을 늘리기 까지한 조치가 우리만의 특유한 현상은 아니구나하는 위안을 느꼈다. <성병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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