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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은 기자의 노래가 있는 아침] 이디나 멘젤의 ‘사일런트 나이트’

중앙일보

입력

 
'캐롤' 하면 떠오르는 가수, 머라이어 캐리죠. 그런데 올 해는 이상하게 잘 안 듣게 되네요.

지난 10월 내한 공연의 악몽 때문일까요. 목 상태가 안 좋았던 캐리는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가 쓸쓸히 무대를 내려갔죠.
게다가 마지막 곡이 '올 아이 원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였는데, 크리스마스를 두 달이나 남겨놓고 뜬금없는 선곡에, 고객님 많이 당황했습니다.

머라이어 캐리가 간 자리에 이디나 멘젤(43)이 왔습니다.

올 상반기를 강타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OST ‘렛 잇 고’의 주인공입니다.
어느새 겨울을 상징하는 목소리가 되고 말았으니 캐롤 앨범은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겠네요.

이디나 멘젤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 같지만, 미국에서는 뮤지컬로 꽤 이름을 날린 배우입니다.

뮤지컬 ‘위키드’에서 초록 마녀 엘파바 역을 맡아 2004년 토니상을 받았죠.

위키드’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엘파바 역할 정말 어렵잖아요. 노래는 기본이고, 3시간 동안 극을 이끌 체력과 연기력, 녹색 분장을 견딜만한 배우로서의 성실함까지 갖춰야 하는 역할이죠.

무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어디 갈까요. 멘젤의 목소리는 사람을 들뜨게 하는 생생함이 있어요.

가사 전달력이 좋고 노래의 기승전결을 잘 살리죠. 고음에서 폭발력도 상당합니다. 음색이 특별하진 않지만 청정수같이 깨끗한 게 매력이고요.

저는 이번 앨범에서 ‘사일런트 나이트’(고요한 밤 거룩한 밤)가 좋더라고요.

편곡이 무척 극적인데요.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코러스 합창에 이어 멘젤이 가공할만한 고음을 선사할 때 절로 두 손을 모으게 됩니다. 하아, 신성한 아침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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