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시행령 어떻게 고쳐지나|모든 분야「공정거래」를 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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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정거래실이 금년 들어 더욱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나섰다.
발족이후 계속 사각지대였던 금융기관과 보험회사들까지도 챙기는 것은 물론, 독과점에 대해서는 문제의 10개 품목을 모델케이스로 골라내어 과감하게 수입개방정책을 써나가겠다는 것이 새로운 무장의 주요 골자다.
금융기관과 보험회사·부동산업체·기타 서비스업 등은 당초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었으나 금년 상반기 중에 시행령을 고쳐 이들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 등을 감안해서 당장 어쩌자는 것은 아니다. 우선 법의 테두리 안에 끌어들여 놓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챙겨나가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은행간의 금리체계를 자유경쟁화 한다거나 금융단 협정을 당장 깨어버린다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선이자나 겹 이자를 받는 행위, 고객에게 불리한 내용을 깨알만 하게 잔뜩 써놓은 약관 등, 명백하게 얌체(?)짓에 속하는 불공정 행위부터 단계적으로 고쳐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보다 보험회사 쪽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상호경쟁은 커녕 완전한 담합행위를 관행 해온 손해보험회사들의 풀 제가 첫 번째 시비 거리로 등장할 것이고, 생명보험회사들의 보험료비율 산정방법 등도 거론되지 않을 수 없다.
독과점기업들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취하겠다는 수입개방정책도 금년 10월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니까 그 동안의 공포를 실력행사로 발전시키는 셈이다.
특히 화장품·의약품·분유·전기동 등은 문제의 품목으로 이미 지정되었고, 나머지 6개 품목으로 어떤 것들이 더 추가되는지가 주목거리다.
기본생필품 거래품목에 대해서는 공장도 가격표시 뿐 아니라 희망소비자 가격까지 표시하도록 한 것도 진일보다. 공장도 가격이 내렸는데도 소비자가격은 모른 체 하는 경우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또한 그 동안 전혀 손을 쓰지 못했던 기타 서비스업부문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도 엄하게 다스릴 계획이다.
기업형태가 아니더라도 의사·변호사 등의 개인자유업을 포함해, 심지어는 프로야구선수단까지도 예외가 아니라고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공정거래실의 83년도 업무계획은 말이 쉽지 과욕이라 할 정도로 방대한 일들이다 .더구나 각 부처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들이 적지 않아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산업정책 면에서 정부가 고의적으로 업체들간의 경쟁을 제한시키고, 특혜지원을 통해 보호 육성해온 기업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공정거래실이 과연 이 숲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가 문제다.
우선 법부터 상충되는 것들이 잔뜩 있다. 경제기획원도 이 점을 시인, 기계공업육성법 등 문제의 1백36개 법을 단계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과연 그「단계적」이라는 표현이 얼만큼의 시일을 요할지 두고 볼일이다.<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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