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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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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누구라도 간직하고 있을 동심의 꿈이 행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에 펼쳐진다.
『나래를 펴고 창공을 가르는 기쁨… 그 드릴과 상쾌함은 경험자가 아니면 몰라요』행글라이딩 경력 3년의 홍선미 양 (22· 한성대3년).
홍양은 중학1년 때 서울 연희동 뒷산을 날으는 「인간새」를 보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껴 대학진학 후 그 꿈을 이뤘다.
모험과 드릴을 즐기는 스프츠-행글라이딩, 스키, 스쿠버 다이빙, 윈드서핑, 오토바이 등 낯선 레저스포츠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휴일 하루라도 숨막힐 듯한 도심을 떠나고 싶어 행글라이딩을 시작했다』는 황연화 양(25)은 1백여명 (여성회원10명)으로 구성된 명성관광의 행글라이딩 동호인회 「명성회」 의 멤버.
황양은 행글라이딩을 흔히 「부자놀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사실은 테니스보다 경비가 덜 든다고 강조했다.
행글라이딩 동호인 이승현 씨(29·회사원)는 『장비를 메고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을 겸해야 하므로 인내와 극기를 필요로 하는 스포츠중의 스포츠』 라고 예찬론을 편다.
75년 우리 나라에 행글라이딩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3∼4명에 불과하던 동호인들이 이젠 2천여 명으로 늘었고 동호인 모임도 20여 개나 된다.

<행글라이딩도 인기>
행글라이딩의 묘기를 펼 수 있는 곳은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관악산일대와 서울 개포동 부근 야산. 장비(행글라이더)를 갖추려면 30만∼40만원이 들어 동호인들끼리 공동으로 구입해 이용한다.
우리 나라 행글라이딩의 개척자인 백준흠 씨 (26·블랙 이글회) 는『초기에는 요즘처럼 견고하고 실용적인 장비가 없어 대나무로 프레임을 엮고 비닐건의로 날개를 만들었었다』며 초기의 일을 회상한다.
하늘을 날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녹아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는 「이카루스」의 비극(희랍신화)도 현실로 나타나 그 동안 국내에서 행글라이딩 사고로 6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흰눈사이로 썰매를 타고…』-아직도 귀에 윙윙거리는 캐럴을 뒤로하며 신형호씨(28·H건설근무)는 스키 폴을 힘껏 내리 꽂는다. 밀린 업무와 지친 도시생활로부터의 해방감을 만끽하면서.
은령을 누비는 희열과 모닥불의 추억-. 요즘은 스키가 특수층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회사원 정영규씨(43)는 지난 일요일 부인과 아들 제훈군(11·H국교3년)을 데리고 천마산스키장을 찾았다.
정씨는 『강아지처럼 뛰며 좋아하는 아이들녀석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활짝 웃는다. 제훈군은 앞으로 용돈을 모아 스키를 사겠다고 장담을 한다.
국산이 아직 생산되지 않는 탓으로 스키 값은 37만∼90만원 정도로 비싼 편. 이 때문에 아마추어들은 하루 1만원정도를 주고 빌어 타면 리프트 카 사용료 1만원 (1일 기준)이외에 다른 큰비용은 들지 앉는다.
강원도 횡계리에서 초보자 스키 강습을 열고있는 진태원 씨(27·고려대 스카우트 회)는 『요즘 학생층에서 스키 붐을 이루며 점차 대중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고 말했다.

<위험 따라 교육필요>
해마다 3천∼4천명씩 늘어나는 스키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용평·진부령 이외에 지난해 12월 용인과 천마산 등 두 곳에 새 스키장이 문을 열었다.
『해녀들만의 독차지였던 용궁을 우리도 수시로 드나들 수 있게 됐습니다』 스쿠버 다이빙 경력 4년째의 임종수 씨(35·한국크노르 과장).
79년 임씨가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했을 때 3천명정도의 동호인이 이젠 2만여 명으로 늘었다.
사진작가 이근배 씨(35·문화스튜디오)는『바다 속은 모든 게 생생하고 발랄하고 살아 움직이는 수중공원』 이라며 예찬론을 편다.
스쿠버 다이버들의 무대는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가능하지만 제주도 남만과 동해안이 최적지로 꼽힌다.
스쿠버 다이버의 장비는 물갈퀴와 물안경·산소공급장비 등 모두5O만∼70만원선.
위험이 뒤따르므로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지난 23일엔 제주도 남쪽에서 훈련 중이던 대학생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날이 풀리면 나타날 돛단배-.
서울 광나루에는 매주 토·일요일이면 코마라(주)회사가 주최하는 윈드서핑 강습이 열린다.
하얀 물보라 속에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는 드릴과 상쾌감-. 아직 대중화되지는 못했지만 국산 요트(50만∼60만원선)가 보급되면 붐을 이루리란 예상이다.
『붕 부르릉…』 굉음을 뒤로한 채 시속 1백50km로 날듯이 질주하는 오토바이.
외국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장면이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른바 모터 클로즈(오토바이등산)-. 요즘 젊은이들은 달리는데 만족하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가 팀을 만들어 산을 오르고 언덕을 넘는다.

<윈드서핑 고개 들어>
한국오토바이협회(회장 이탁주)에 등록된 회원만도 3천여 명.
비 등록자를 포함하면 수만 명에 달한다.
이렇듯 스프츠의 영역은 갈수록 넓어져 단순한 오락이나 여가선용의 차원이 아닌 드릴과 모험을 동반한 스프츠에 젊은이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자연을 정복하고 인간의 의지를 시험하는 모험 스프츠에 구미가 당기는 것은 현대인의 추세.
그러나 『자연은 오만한 인간을 용서하지 않는다』 는 선인들의 경험처럼 겸손한 자세로 자연과 동화될 수 있어야 하고 탈선 스포츠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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