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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도 벅찬데 … 정부 뒤치다꺼리하다가 골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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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2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 앞서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호영 정책위의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성태 의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가 정부 성토장이 됐다. 내년에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발표 때문이다. 오전 9시,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

공적연금을 2015년 개선하겠다는 정부 발표문에는 군인·사학연금 개혁안을 각각 10월과 6월에 마련한다는 일정이 제시돼 있다(빨간 선). [뉴시스]

 ▶주호영 정책위의장=“사학연금과 군인연금도 내년에 개혁할 것처럼 나왔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끝나면 그런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정도지, 내년에 추진하겠다는 게 아니다.”

 ▶이완구 원내대표=“왜 그런 얘기가 나왔나.”

 ▶연금개혁 TF 김현숙 의원=“(정부) 실무자가 사학·군인 연금의 재정 재계산을 할 때가 됐다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

 ▶김재원 수석부대표=“힘들고 어렵게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숙고하지 못한 얘기가 밖으로 나오고 이해관계자들을 걱정 끼치게 하는 건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여당이 정부 뒤치다꺼리하다가 골병들 지경이다.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

 이날 오후 2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에서 김무성 대표도 불만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우리와 상의도 없이 정부가 마음대로 (연금 개혁 방침을) 밝혀 참 기가 막히는 심정”이라며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보니 공무원이 실수로 잘못했다는데, 그게 이 정부의 무능”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으로부터 “제대로 해명하겠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자신의 표현대로 “욕에 욕을 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특히 군인연금의 경우 직무의 특성상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의 서슬에 안 수석은 기획재정부에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토록 했다. 사학·군인연금 개혁은 이렇게 해서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뿔난 건 ‘당과 아무런 상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전날 ‘2015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 앞서 당정협의를 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선 연금 개혁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한 참석자의 전언은 이렇다.

 “중요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정협의에서 논의했을 텐데,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에서 배포한 요약본에는 연금과 관련해 국민연금 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내용만 있었을 뿐 군인·사학 연금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을 개혁하겠다는 건 어떻게 발표된 걸까.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그걸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당시 발표문에는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해서는 내년(2015년)에 재정 재계산을 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도 개정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2015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 자료를 만든 실무진이 이 문구를 별다른 고민 없이 그대로 준용하는 바람에 사태가 커졌다.

 새누리당이 사학·군인연금 개혁을 막아선 건 공무원연금 개혁의 피로감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하나를 놓고서도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나머지 공적연금까지 건드릴 경우 전선만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원내 관계자는 “최근 야당과 임시국회 일정 등을 놓고 치열한 협의를 하는 마당에 정부가 이를 돕지는 못할망정 공격당할 빌미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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