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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명, 100억원 소비 … 호미곶 해맞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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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포항 호미곶은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 포항시는 31일부터 해맞이 축제를 연다. 사진은 올해 행사 모습. [사진 포항시]

2015년 해맞이축전을 일주일여 앞두고 동해안 호미곶 주민들이 분주해졌다. 특히 포항시가 이번 축제를 내년 3월 개통 예정인 KTX와 연계해 기획하고 있어 주민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다. 예년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맞이는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에겐 희망 설계 여행이지만 바닷가 주민들에겐 1년 중 가장 바쁜 대목이다. 해맞이축제가 공교롭게도 포항 특산물인 과메기와 대게·오징어가 나는 철과 겹쳐 있어서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호미곶 해맞이축전을 찾은 관광객은 20여만 명에 이른다. 12월 31일 오후부터 호미곶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자동차로 뒤덮인다. 대형 관광버스만 200대가 넘고 승용차는 1만8000대에 가깝다. 지역 구분 없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이들은 호미곶 주변에 숙소를 정하고 떠날 때는 구룡포시장이나 죽도시장에 들러 과메기나 대게를 구입한다. 그도 아니면 회 한 접시는 먹고 간다. 포항시는 해맞이 관광객이 1월 1일까지 이틀에 걸쳐 1인당 최소 5만원은 쓰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게 잡으면 관광객들이 이틀간 호미곶 일대에서 쓰고가는 돈이 자그마치 100억원이다. 설이나 추석 명절 못지 않다.

 구룡포읍에서 호미곶 해맞이광장까지는 15㎞. 이곳 해맞이길은 과메기 주산지이기도 하다. 이 일대엔 과메기를 생산하는 업체만 205곳에 달한다. 김점돌(63) 과메기사업협동조합장은 “길을 따라 들어선 판매 부스 20곳에서 해맞이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과메기 생산에 매달리는 주민만 3000여 명. 판매 부스는 평소엔 하루 500㎏을 팔지만 이때는 10배 가까운 4000㎏까지 매출이 오른다. 김 조합장은 “과메기가 상품으로 자리잡은 지 불과 7∼8년인데 도시로 나간 이들이 돌아오고 자식들도 일을 물려받을 정도로 이젠 수입이 괜찮다”고 했다.

 모텔과 팬션·민박 등 호미곶 주변 숙소도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5000여 명이 묵을 수 있는 이들 숙소도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포항시가 행사 운영 등 축제에 들이는 예산 1억8000만원에 비하면 분명 ‘남는 장사’다. 그 50배가 넘는 돈을 관광객이 쓰고 간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호미곶을 해맞이 축제의 명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호미곶 해맞이축전은 이번이 17회째다. 행사 슬로건은 육당 최남선의 ‘조선십경가’를 재해석한 ‘나날이 새롭힐사 호미일출’이다. 육당은 『조선상식』 지리편에서 장기 일출을 조선십경으로 선정해 조선의 일출 중 최고로 꼽았다. 호미곶은 줄곧 장기곶으로 불리다가 2001년 호미곶으로 변경됐다.

 행사는 31일 ‘달빛 공감 음악회’로 시작된다. 이어 2015년의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관광객은 모두 빛이 나는 풍선에 새해 소원을 적는다. 새천년기념관 벽면에는 영상과 레이저를 활용해 ‘KTX 포항시대’를 표현하는 영상이 연출된다. 화려한 불꽃쇼도 선보인다. 일출에 맞춰 해군 6전단은 축하비행을 하고 시민·관광객 2015명은 KTX 직결선 개통을 나타내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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