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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메이저 해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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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로고

강정호(27·넥센)의 독점 협상권을 얻은 팀은 피츠버그였다.

 미국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23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강정호의 단독 협상권을 얻었다고 밝혔다. 피츠버그는 지난주 진행된 강정호에 대한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에서 메이저리그 구단 중 가장 높은 금액인 500만2015달러(약 55억원)를 써냈다. 피츠버그와 강정호는 다음달 21일까지 협상을 벌인다.

 1882년 창단한 피츠버그는 월드시리즈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한 팀이다. 그러나 1979년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1993년 이후에는 5할 승률을 넘지 못하면서 20년 동안이나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피츠버그는 2010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꼴찌(57승105패)를 기록한 뒤 클린트 허들(57) 감독을 선임했다. 탄탄한 수비를 중시하는 허들 감독은 조금씩 승률을 끌어올렸고, 지난해 지구 2위로 와일드카드를 획득해 가을 잔치에 나섰다. 올해도 주포 앤드류 맥커친(28)을 앞세워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박찬호(41)가 2010년 뛴 적이 있고,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마지막 승리(통산 124승)를 거둔 팀도 피츠버그다.

강정호를 손시헌으로 착각한 메이저리그 MLB.com은 강정호의 포스팅을 알리면서 손시헌(NC)의 사진을 쓰는 실수를 했다. [MLB.com 캡처]

 피츠버그는 올 시즌 선수 연봉으로 7800만 달러(30개 구단 중 27위)만 썼다. 최근 들어 씀씀이가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금력이 달려 외부 선수에게 거액을 투자하지 않는 편이다. 피츠버그가 포스팅에서 최고액을 써낸 게 밝혀지자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때문에 2010년 이와쿠마 히사시(33·일본) 사례처럼 ‘위장 입찰’이 아닌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당시 오클랜드는 포스팅에서 1910만 달러를 써 냈으나 정작 계약엔 실패했다. 4년 1525만 달러의 비교적 낮은 연봉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벌 팀인 시애틀이나 텍사스가 이와쿠마를 데려가는 걸 막기 위해 오클랜드가 꼼수를 썼다는 의혹이 일었다. 결국 이와쿠마는 1년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시애틀과 계약했다. 강정호도 계약하지 못할 경우 1년 뒤 다시 포스팅을 시도하거나 2년 뒤 FA가 된 뒤에나 미국에 갈 수 있다.

 위장 입찰을 한 게 아니라면 피츠버그는 강정호를 핵심 선수로 지목하고 거금을 베팅한 것이다. MLB.com은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가 연평균 500만 달러 정도의 몸값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피츠버그로서는 상당히 큰 금액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로 팀 내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맥커친의 올해 연봉도 750만 달러다.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뉴욕 양키스가 500만 달러를 쓰는 것과 피츠버그가 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건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피츠버그로서는 입찰과 계약에 필요한 비용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포스팅에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정호가 피츠버그와 계약할 경우 조디 머서(28)와 주전을 다퉈야 한다. 빅리그 3년생인 머서는 올해 149경기에서 타율 0.255, 12홈런, 55타점을 기록했다. 강한 송구능력을 갖고 있지만 전제적인 수비력은 평균 정도다. 메이저리그 유격수 중 평균을 살짝 넘는 정도의 기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만치 않지만 강정호가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피츠버그 주전 2루수 닐 워커(28)는 타율 0.271, 21홈런, 76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2루수 중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렸을 만큼 장타력이 돋보인다. 3루수를 맡을 것으로 보이는 조시 해리슨(27)은 지난해 타율 0.315, 13홈런, 18도루로 깜짝 활약했다.

  강정호는 포지션 전환 없이 주전 유격수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송 위원은 “피츠버그 내야진 중 유격수가 가장 약하다. 머서가 올해 잘하긴 했지만 지난해엔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린 선수”라며 “피츠버그는 내년 2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둘을 경쟁시킬 것이다. 캠프에서 강정호가 잘해준다면 주전 자리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경 기자

덩치 작지만 강한 팀 '파이어리츠'
20년 부진 끝내고 2연속 가을야구
내야진 이미 탄탄, 주전경쟁 치열
팀 연봉 27위 … 500만 달러도 거액
경쟁팀 안 보내려는 위장 입찰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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