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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X파일 - 그 기업이 알고싶다] 15. 우리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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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 지난 6월 인천 강화도에 있는 해병대에서 우리은행 과장 승진자들이 도전 정신을 기르기 위해 병영체험 교육을 받고 있다. 보통 과장에 진급하려면 입사후 8~9년 걸리며, 과장이 되면 결제권이 있는 책임자급으로 분류된다. [우리은행 제공]

'우리'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은행에는 여러 기업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올 6월말 현재 총자산 122조6000억원으로 업계 2위인 우리은행은 상업.한일.평화은행이 합병된 은행이다. 1990년대말 외환위기때 기업들이 쓰러지자 기업금융을 주로 했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대출금을 받지 못해 부실은행으로 전락했다. 정부는 공공성이 강한 은행 부실을 막기 위해 이들 3개 은행에 11조2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하나의 은행으로 합쳤다. 우리은행은 2000년 당시 당기순손실이 3조원에 달했지만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 2조원을 기록하며 부실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우량은행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올 6월까지도 75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정도로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구조조정→합병 등으로 생존능력 뛰어나='앞선 지식을 지닌 정직한 인재들이 도전과 개혁의지로 최상의 성과를 실현해 고객과 주주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경영이념이다. 우리은행은 이처럼 도전과 개혁을 중시한다. 1999년 1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합병 전에 직원수가 각각 1만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두명중 한명이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견디고 '살아남은' 직원들은 그만큼 도전과 개혁 정신으로 무장돼 있다고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말한다. 우리은행은 구조조정을 통해 안정적 토대를 마련해 이제는 직원 대부분이 정년(55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노령화 사회를 대비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본인이 희망할 경우 59세까지 정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신입 직원이 지점장이 되기까지는 보통 20년이 걸린다. 돈을 관리하다 보니 조직 분위기가 다소 보수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동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가족적인 정서가 깊게 배어 있다. 부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보통 선후배간에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면 선배가 돈을 낸다.

◆ 확실한 주5일제…근무강도는 강해=대졸 초임(남자 군필자 기준)은 대략 3700만원으로 업계 최고수준이다. 또한 대리 4800만원, 과장 5900만원, 차장 7000만원으로 급여 수준은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성과급제가 확산돼 투자금융 부문의 경우 연봉의 100%까지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다. 주5일제는 금융계에서 처음 도입했기 때문에 이미 정착단계에 와 있다. 이렇다 보니 금요일에 이루어지던 회식은 목요일로 옮겨지고 금요일 저녁부터는 개인 여가를 즐기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업무 향상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독려 덕에 대부분 휴가를 간다. 이렇게 높은 연봉과 주말 보장이라는 보상이 있지만 평일의 근무강도는 센 편이다. 은행 영업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다. 따라서 공식 근무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다. 하지만 업무 준비 등을 위해 적어도 오전 8시30분까지는 출근해야 하고 오후 7시~7시30분은 돼야 퇴근하는 분위기다.

◆ 직원 해외 연수 기회 많아=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초 "국제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내외 경영대학원(MBA) 연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 행장은 "하버드.와튼 등 세계 30위 이내의 MBA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으면 은행이 전액 학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고위 간부의 경우 MBA 연수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해외 금융회사에서 파견근무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경영진의 방침에 따라 우리은행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인디애나대.에모리대로부터 입학 허가서를 받은 직원 3명이 연수를 시작했다. 또한 매년 10명 내외의 인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대.성균관대 등의 MBA과정에 파견된다. 이들은 2년동안 MBA 과정에 다니면서 기본급을 받는다.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호주 매쿼리은행, 영국 로이드은행, 중국공상은행 등에도 직원을 보내고 있다.

김창규 기자

신입사원!
실무면접 9시간 … 단단히 준비해야

올 초 우리은행에 입사한 고영정(24)씨는 우리은행 청담동지점에서 외환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우리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전문인력 육성 프로그램인 PB드림팀에 선발돼 세무.부동산.외환.보험 관련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이화여자외국어고와 연세대 불문학과(신문방송학과 복수전공)를 나온 그는 대학에 다닐때 1년 휴학한 뒤 프랑스와 미국에서 어학 연수를 하면서 영어와 불어 실력을 닦았다.

그는 취업을 위해 2학년 2학기때부터 '학점관리'에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얻은 그의 학점은 4.0 만점에 3.8점이다. 하지만 그는 학점이 당락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보지 않는다.학점과 어학실력은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만 되면 입사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대신 입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무진 면접과 은행 업무에 대한 지식이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다음 이뤄지는 실무진 면접은 우리은행 연수원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깊이있게 진행된다. 10명씩의 지원자에게 우리은행 실무진으로 구성된 면접관 3명이 배정된다. 면접관은 하루종일 자기소개, 집단토론, 프리젠테이션, 게임 등을 통해 지원자를 평가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지원자의 인성과 은행 업무에 대한 지식 등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게임도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배가 난파됐을때 배 안에 있는 물건을 제시하고 어떤 것이 제일 중요한지를 동료들과 토론해 자기가 정한 물건이 우선순위에 오르면 높은 점수를 받도록 하는 방식이어서 지원자의 논리적 사고 등을 평가할 수 있다.

김창규 기자

선배님 이게 궁금해요

Q:은행이 연봉이 높은 만큼 일도 힘들다는데요.

A:보통 오후 4시30분에 은행 문을 닫으면 그때부더 '자 일하자'라는 농담을 하곤 하지. 이때부터 서류 발송이나 업무 등으로 시간을 보내. 요즘 금융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무강도가 세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 은행업무의 중심은 영업이기 때문에 투자금융이나 파생금융, 상품개발 업무를 하기 위해서라도 영업점 근무는 필수 과정이지.

Q:인문계만 들어갈 수 있나요.

A:주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 은행의 장점 중 하나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지. 물론 인문계 출신이 비율상 많지만 공대.미대.음대 등 다양한 전공의 직원들도 많지. 은행 업무가 다양한 만큼 전공도 다양하게 직원을 뽑는 것이지.

Q:남녀 차별은 없나요.

A:예전에는 고용상 차별이 있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남녀차별의 느낌을 받지 않아. 일반 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장기 육아휴직이나 생리휴가 등 여성들을 위한 배려가 남다르거든. 여직원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여서 여직원이라고 해서 더 봐주거나 차별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

Q:복지제도는 어떤가요

A:복제제도는 좋은 편이야. 근무년수 1년 이상인 직원은 회사 사택을 빌려 쓸 수 있는 제도( 임차사택 제도)를 이용할 수 있어.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은행이 주택(최고 9500만원까지)을 집주인에게 빌린 뒤 직원에게 사택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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