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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입성 앞둔 이영표 현지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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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으로 간다.프리미어리그.세계최고의 무대다.'초롱이' 이영표(28)의 꿈*은 이루어진 것일까.아니 그의 꿈은 이제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의 3년을 마감하고 영국으로 떠나는 이영표를 만나 그 속마음을 들었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날,네델란드 생활을 마감하는 5일 에인트호벤 스포츠 콤플렉스 한 편에서 이영표를 만날 수 있었다.

-오늘도 에인트호벤 동료와 훈련을 했나?

"그렇다. 운동은 늘 하는 것이고. 동료도 내가 떠나는 것을 알기에 마지막 훈련이라고 아쉬워했다. 오늘 운동에는 네덜란드 대표선수들이 빠졌지만 아도,코우,라마 등 친한 선수들 모두가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내가 영국에 가서 휴대전화와 연락처가 생기는 대로 연락해 서로 오가며 만나기로했다.영국은 여기서는 멀지 않은 곳이다"

-축구로 이를 수 있는 최고의 무대로 간다.꿈이 이루어졌나.

"꿈의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내가 축구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축구를 좋아하고,즐기기 때문이다.프리미어리그는 최고의 리그고,강하다.선진축구고 고급축구다.수준 높은 축구를 경험할 수 있는 만큼 더 재미있고,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또 좋은 팀을 만났기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그렇다면 긍정적이라고 본다"

-토트넘이 좋은 팀이라고 했다.어떤 의미에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나.

"토트넘은 우선 빅클럽이다.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스날,첼시,맨체스터,리버풀,뉴캐슬을 5대 클럽이라고 하고 그 바로 아래 토트넘과 에버튼을 7대 클럽으로 꼽는다.전통이 120년이 넘은 팀이고 클린스만,리네커 같은 선수들이 토트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최고의 팀 아스날의 가장 끈끈한 라이벌이 토트넘이고,토트넘의 라이벌이 아스날이다.런던 북부의 더비매치를 벌이는 팀이다.그것만 해도 대단한 팀 아닌가"

-박지성과 같은 팀에서 뛰다가 헤어졌다.이제 팀은 다르지만 같은 리그에서 또 만난다.느낌이 어떤가.

"이곳 네덜란드에서 송종국(당시 페예노르트)과 상대하던 느낌이라고 본다.유니폼으로 상대를 구별할 뿐 특별한 감정은 없다.단지 최고의 리그에서 한국선수들이 마주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 축구가 발전했다는 의미라고 본다"

-박지성이 떠나고 이영표가 떠난다.에인트호벤의 사부 히딩크감독과 각별한 인연과 친분이 있을텐데.이제까지 겪어본 히딩크감독에 대해 말한다면.

"히딩크감독님은 지도자로서 세계적인 감독임에 분명하고 인간적으로도 정말 좋은 분이다.이번에 영국에 가게 된 것도 감독님의 결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에인트호벤은 내가 떠나는 걸 원치 않았다.팀에서 3개월을 줄곧 반대만 했다.그때 개인적으로 히딩크감독님을 만나 내 꿈을 말하고,도와달라고 부탁했다.결국 감독님께서 도와주셨다.감사한다"

-대표팀에서,에인트호벤에서 겪어본 히딩크감독의 가장 큰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심리적으로 선수들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다.경기전 미팅을 할 때 상대에 따라 때론 강하게,때론 부드럽게 선수들을 이끈다.그럴때 대단하다.특히 감독과 선수 사이에 불필요한 거리를 없애고 딱 맞는 공감대를 만든다.서로 모를 때 오해가 시작되고,불만이 생기지만 히딩크감독님은 대화와 교류를 통해서 그런 관계를 확실하게 만든다.그런 불만을 없앨 수 있다는 게 감독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난번 사우디와 아쉬운 경기를 끝내고 "우리에겐 조직력을 더 강화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독일 월드컵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대표팀은 분명 지난 월드컵때보다 선수들 개인의 능력면에서 좋아진 게 사실이다.그러나 조직력에서는 떨어진 게 또 사실이다.첫번째로 수비조직력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골 넣는 것은 공격수 개인의 능력이고 훈련으로 최대한 보완할 수 있다.수비조직력은 서로 운동하면서 만들어가야 한다"

-본프레레감독이 물러났다.그 대표팀의 아쉬운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벌써 두 번째 감독님이 바뀌셨다.모든 선수들이 이기길 원하고 좋은 성적을 원한다.축구는 대한민국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모두가 발전하고 경쟁한다.우리는 본선진출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연속진출로는 손에 꼽히는 기록일만큼 대단한 결과다.그러나 월드컵 4강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나 보다.조직력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경기내용에 안좋은 부분 있었지만 본선진출은 기분 좋은 일이다.이 결과를 과소평가하는 건 잘 이해 안간다.그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는데 괴리가 있다고 본다.대표선수로서 책임감 느끼고 받아들이지만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언론이나 일부 팬들은 한국축구를 축구를 즐기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경기를 이기고도 그 상황을 즐기기보다는 그 속에서 문제를 찾으려 한다면 그런 점은 불합리하지 않은가"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해보자.어려서 마라도나를 좋아했다고 들었다.

"마라도나를 좋아했고,그를 따라했다.어느 정도였나 하면 그가 뛰던 나폴리팀의 유니폼이 상의 파란색,하의 흰색이었다.난 그때 중학생이었는데 그 유니폼 때문에 훈련할때마다 파란 윗도리와 흰색 바지를 입었다.또 그런 계통의 유니폼을 가진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다.그저 마라도나의 유니폼과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에"

-자신의 축구가 이릴적 꿈꾸던 마라도나의 그것을 따라 발전하고 있나.

"내 자신이 어느 레벨까지 왔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그러나 어렸을적 TV화면을 통해 보면서 "아, 저거다"라고 생각했던 그 무대까지는 왔다.월드컵을 통해서 뛰어난 선수들을 만났고 네델란드에서 뛰면서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코쿠,봄멜 등 그런 선수들과 상대했다.최고선수들의 플레이를 같은 경기장에서 나눈다는 게 기뻤고 즐거웠다.마라도나를 보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계단을 짚어달라.

"내 축구는 딱 꼬집어 네 번의 단계를 거쳐 성장하고 있다. 첫 번째는 안양공고 3학년때,두 번째는 99년 ̄2000년 올림픽대표팀때,세 번째는 월드컵을 준비하고 치르면서,그리고 네 번째는 에인트호벤에와서 3년간이다.난 그때마다 '아, 내축구가 늘고 있구나'를 느꼈다"

-이제 프리미어리그가 다섯 번째 계단이 될 것 같나.

"그건 모른다.해봐야 안다.즐기려고 노력하겠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부상,주전경쟁 등 위험요소들은 언제나 있다"

-정신적으로 아주 잘 정리가 됐다는 느낌을 준다.특별히 멘탈 트레이닝을 따로 하거나 그런 게 있나.

"나는 축구를 잘 하지 않는다.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난 그걸 받아들인다.그래서 재미있게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고 본다.하나님께서 지켜주시기도 하고.따로 멘탈 트레이닝을 하진 않고 기도를 자주 한다"

-가족들과 떨어져있다고 들었다.이제 런던에 가면 다시 만나나.

"아내와 딸은 3주전에 한국에 돌아갔다.내가 런던에 가서 집을 구하는 대로 그쪽으로 올 것이다.이제 며칠 안남았다"

인터뷰를 마감할 무렵,네덜란드의 전설적인 골키퍼 얀 용블뢰트가 지나가다 이영표를 알아보고 악수를 건네면서 한 마디했다.어쩜,이영표의 축구관과 똑같았다."영표,인조이 유어셀프 인 잉글랜드"

에인트호벤=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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