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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만 바꾼 '우회 창당' 최대 쟁점 … 정부 "엄격 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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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재연·이상규·오병윤·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왼쪽부터)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통진당 해산과 의원직 상실을 선고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헌재 결정 무효를 주장하며 ‘국회의원 지위 확인의 소’ 제기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형수 기자]

지난 1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통합진보당은 해산됐지만 통진당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 해산 2라운드’가 시작되는 셈이다.

 가장 큰 쟁점은 대체정당의 설립 여부다. 동국대 박명호(정치학) 교수는 “통진당 해산에 따라 유사정당이나 계승정당, 승계정당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은 “법적 검토를 거쳐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향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체정당 설립을 금지한 정당법 규정이 모호해 이를 둘러싼 논란은 법정 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어떤 형태의 대체정당 시도가 있는지에 따라 대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방침은 통진당 출신 정치인들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오면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는지 엄격하게 심사한다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사람’이 될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당명을 ‘평화진보당’ 등으로 바꾼다고 해도 핵심 당원들이 같다면 구 통진당과 동질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이런 ‘우회 상장’을 허용해도 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해산 결정의 근거로 통진당 주도세력의 활동이 위헌적이었고, 이 주도세력의 활동이 결국 당의 활동과 같다는 논리를 세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 이강윤씨는 “정당의 지도부 구성원은 그 당의 성격을 규정짓는 주요 요소다. 하지만 법에 구체적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당 주도세력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정당 등록을 막는다면 정치적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령의 경우 해산된 통진당 강령을 그대로 쓰는 것은 물론이고 유사한 강령을 쓰는 것도 정당법에 따라 불허할 수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 ‘자주·민주·통일’ 등의 용어가 당헌에 들어갈 경우 선관위의 심사망을 빠져나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통진당 해산에 대한 항의 집회나 시위를 놓고도 파열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은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62년 집시법이 제정될 때부터 있었지만 그간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 일단 검찰은 “해산된 통진당 관계자가 여는 집회는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나머지 사례에 대해서는 개별 사안별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정점식 법무부 ‘위헌정당TF’ 팀장은 “집회 주최 측의 의도와 집회에서 발언한 내용과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원직을 상실토록 한 헌재 결정에 대해선 법정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은 21일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법률상 근거 규정도 없는 월권으로 당연히 무효”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헌재가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권한이 없는 자가 권한 외 판결을 했다는 의견도 있다”며 “ 행정소송 또는 권한쟁의심판을 낼 것”이라고 했다.

 오 전 의원은 87년 6월 민주화항쟁 후 헌법을 개정하면서 정당해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토록 한 규정이 삭제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면서 “헌재가 2004년 발간한 책자에도 ‘정당해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국회의원 자격은 상실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만약 위헌정당 소속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정당해산의 효과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통진당 당원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지도 관심이다. 정당해산에 반대 의견을 냈던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독일에서 공산당 해산 이후 1만5000명이 수사를 받았고, 6000~7000명이 처벌을 받았다”며 해산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했다. 실제로 이정희 전 대표 등 통진당 당원 전원을 수사해야 한다는 고발이 헌재 결정 당일 접수됐다. 활빈당 등 보수단체들은 고발장에서 “헌재가 통진당을 위헌정당으로 규정한 만큼 당원 전체가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됐다.

글=최현철·정종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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