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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마른 하늘에 홍수 난 임진강, 남북은 뭐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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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임진강 상류 북한댐에서 방류한 물로 경기도 연천.파주 지역에 때 아닌 물난리가 났다. 행락객이 긴급대피하고 강변에 주차된 자동차가 물에 잠긴 것뿐 아니라 임진강 하류에 쳐놓은 어망이나 통발이 쓸려 내려가면서 피해액이 2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일 비가 많이 온 것도 아니어서 전혀 예기치 않은 상태에서 당한 날벼락인 셈이다. 민물참게 철인 요즈음 앞으로도 열흘 정도 조업을 할 수 없게 돼 어민들의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피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피해를 당했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연천군 중면 남방한계선 부근에 수위 관측소를 세웠지만 이곳에서 수위를 관측해 파주.연천에 통보해도 불과 한두 시간의 여유밖에 없어 피해 방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물난리 외에도 갈수기에는 북한 쪽에 들어선 댐으로 인해 하류지역의 물부족도 심해졌다. 이런 현상은 임진강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한강도 북한의 금강산댐으로 인해 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동안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수자원과 관련한 협력 방안이 공동의제에 포함됐다. 2003년 5월 제5차 남북 경제협력 추진위원회에서는 임진강 홍수예방을 위한 공동조사와 홍수 예보체계 공동구축에 대한 합의가 도출됐었다. 그러나 "공동대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교환을 제의했으나 아직 북측에서 준비가 안 됐다며 미루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 건설교통부 담당자의 설명이다. 남북 경추위 합의에 따라 쌀과 비료는 꼬박꼬박 보내면서 댐의 방류 같은 단순한 정보 하나 제공받지 못해 주민들이 연거푸 피해를 보는 현실이다.

금강산 등 북한 관광이 가능해지고, 북한 응원단이 인천의 아시안 육상게임에 참가하는 등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남북 교류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과시용이 아닌 주민생활에 직결되는 현실적 사안에 대한 협력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