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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새 1.68m 수위 상승 '물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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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임진강 상류 북방한계선 부근에 위치한 북한의 '4월 5일 댐'이 2일 낮 갑자기 다량의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하류인 경기도 연천.파주 일대 주민들이 때아닌 물난리를 겪었다.

5일 한강홍수통제소와 현지 주민에 따르면 연천군 군남면 진상리 임진교의 임진강 수위는 2일 낮 12시30분까지 83㎝에 불과했으나 이 댐이 방류한 물이 도달한 오후 1시30분에는 1.51m로 급상승했으며 오후 2시30분엔 2.21m, 오후 3시30분엔 2.51m로 급격히 올라갔다. 임진강 수위가 세 시간 만에 1.68m가 올라간 것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연천군 지역 하루 평균 강우량은 1일 6.4㎜, 2일 4.3㎜로 미미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연천.파주 일대 임진강 어민 100여 명이 임진강 일대에 설치한 그물.통발.어망 등 어구 대부분이 물살에 떠내려갔다. 또 연천군 군남면 진상리.선곡리.삼거리 일대 강가에 있던 낚시꾼.행락객 등 1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며 연천군 백학면 구미리 강가에 세워둔 1t 화물차와 지프 등 차량 두 대가 침수됐다.

연천어촌계 정춘모(45) 계장은 "순식간에 강물이 불어나면서 강에 설치해둔 통발 500개와 그물 5개가 모두 떠내려가 개인적으로만 500여 만원의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연천군과 파주시는 현재 피해액을 집계 중이며 어민들은 피해액이 2억원 이상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피해 어민들은 특히 "연천군이 '2일 오후 2시36분부터 네 곳에서 경보 사이렌과 방송을 내보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때는 이미 물이 불어난 때"라며 "경보 사이렌이나 방송이 제때 없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일부 어민은 "물난리 경보 미비 책임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어민 피해 보상 등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천군과 파주시는 "북한 댐 운영 정보를 남북이 공유하는 등 근본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서둘러 세워야만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에선 2002년 9월 1일에도 북한 4월 5일 댐의 예상치 못한 방류로 1.05m이던 수위가 3시간 만에 2.61m로 급상승하는 바람에 어민들이 강에 설치한 어구 6000여만원어치가 물살에 떠내려 가는 피해를 보는 등 이미 여러 차례 유사한 물난리가 벌어져 왔다.

파주.연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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