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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여왕' 마음씨도 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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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우수 선수(MVP) 상금을 희귀병을 앓고 있는 김영희 선배님을 위해 쓰겠습니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김영옥(31.사진 위) 선수는 결혼한 후 시야가 넓어졌다고 농구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김 선수의 시야는 비단 코트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시상식에서 김 선수는 MVP로 선정돼 1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수상 직후 김 선수는 "병든 몸으로 코트를 찾아 경기를 지켜보는 열정을 보여주신 선배님께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게 도리"라며 상금을 '거인병'으로 투병 중인 김영희(42.사진 아래)씨에게 드린다고 말했다.

김영희씨는 1980년 대를 대표하는 한국 여자농구 간판 센터였다. 한국화장품 소속으로 박찬숙(국가대표 감독)씨가 이끄는 태평양화학과 명승부를 벌였다. 87년 성장호르몬이 보통 사람의 20배나 분비되는 '거인병' 판정을 받은 뒤 지금까지 투병 생활을 해왔다. 주사 한 대 값이 100만원이 넘을 만큼 치료비도 많이 든다고 한다.

김 선수의 선행에 우리은행 동료들까지 합세했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리바운드를 잡을 때마다 정규리그엔 한 개에 3만원, 플레이오프엔 5만원, 챔피언결정전엔 7만원씩을 적립해 시즌이 끝난 뒤 김씨에게 전달키로 했다. 재원은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이 지원키로 약속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김씨는 "너무 감동해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늘 외롭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용기가 난다"고 말했다. 미혼인 김씨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기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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