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 관점·패기 아쉬운 작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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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번에 읽은 평론 응모작품은 2천장이 넘었다. 그러나 당선작을 끝내 찾지 못했다. 당선작은 응모작품 중 가장 빼어나 있다는 것을 넘어서 당당한 분석적 감수성의 탄생을 증언해 주어야한다고 생각할 때 엇비슷한 수준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별반 의미도 없을 것 같아 더욱 분발을 촉구한다는 뜻에서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이번에도 시인론과 작가론이 많았다. 김소월, 이 상, 김동인,채만식 등을 많이들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작가론 계열일수록 대체로 도전적인 관점이나 패기가 부족한 편이다. 김동인의 유미적 경향이나 채만식의 풍자적 경향의 지적은 이미 굳어진 비평적 관습의 하나다. 그러한 버릇의 되풀이를 정당화하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시각이나 탁견의 제시일 것이다.
이번 경우 채만식의 풍자적 관점에 풍자대상 인물의「매개된 욕망」을 연결시켜 본 것은 흥미 있었으나 전체적인 뼈대는 버릇의 되풀이로 남아있었다.
인류학이나 민속학의 관점을 원용하고 작품해석을 시도하는 경향도 점점 불어나고 있다. 신화적 구조와의 유사성 고찰, 원형으로의 작품 분석등등 그 실상은 다양하다. 젊은이를 다룬 소설을 이른바「통과제의」의 하나로 취급해서 다룬 것 같은 것은 흔히 보게 되는 시도의 하나다. 이런 경우 모형과의 조응현상의 기계적인 지적만이 두드러지고 그것이 하나의 유기적인 작품으로 결정된 까닭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사실은 이 침묵의 공감이야말로 문학비평 고유의 영역일 것이다.
비평의 주요 기능의 하나는 가치판단이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 어떤 작품들이 읽을 가치가 있으며 그 까닭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은 어렵기는 하나 회피할 수 없는 비평의 직능이다.
작품을 한날 학문적 개념의 구체적 예증으로 분류하는 것은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이 더욱 권위있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앞의 경향과 중복되고 연관되는 터이지만 심리학의 원용도 두드러진다. 정신분석학에서 통속적 응용심리학에 이르는 영역의 어휘들이 두루 동원되어 활용되고 있다. 그 결과는 대체로 엇비슷하게 엄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가령 정신분석학에서 쓰는「억압」 이란 개념은 어떤 잠재의식의 충동을 의식의 수준으로 부상하지 못하도록 잠재의식의 차원에서 눌러두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기초개념은 엄밀하고 일관성있게 씌어져야 의미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사회적인 개념과 구별없이 씌어져서는 안된다.
물론 전통적인 방법에 의거하고 있는 원론적인 성질의 글도 있었다. 소절에 있어서의 시점이나 미적거리의 문제를 다룬 글들이 그러했다. 그러나 이런 글일수록 풍부한 독서경험과 잡다한 것을 정연히 분류하는 조직원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루기 힘든 분야일 것이다.
그리하여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현역작가론이었다. 전거나 각주에 의존하지 않고 각자의 진실한 반응을 정리하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너무 궁벽한 작품을 선택한 것도 있고 실험적인 작품 두어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도 있어 난점을 안고 있었다. 그리하여 남은 것이「연금술사의 꿈」이다.
정현종론인 이 글도 엄밀성이나 밀도에 있어서 미숙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시인이 사용한 천상과 대지의 자연 심상들을 통해서 시인의 변화를 이해하려고 하는 비평적 천진성이 귀하게 생각된다. 터무니없는 야심에 유혹됨이 없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만을 차근차근히 시도하는 성실성도 소중하게 생각된다. 낱말의 오용도 적은 편이다. 앞으로 많은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읽기 자료에 관한 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극히 은혜로운 환경속에 있다는 것을 지적해두고 싶다. 이 사실의 상기로 분발의 촉구를 대신한다.<남진우씨의 가작입선작「연금술사의 꿈」은「문예중앙」봄호에 싣습니다.><이대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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